[‘바다게이트’ 터지나]청와대 해명과 의문점

  • 입력 2006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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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지원 씨가 ‘바다이야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지원 씨가 ‘바다이야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청와대는 20일 노무현 대통령의 친조카인 노지원(42) 씨의 사행성 성인게임기 ‘바다이야기’ 의혹 연루 사실을 반박하며 불 끄기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바다이야기’ 의혹에 대해 “정책 오류 부분만 밝혀지면 이 정부에서 게이트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겠는가”라며 “이번 건도 정책적으로 실무적인 수준의 것이었다면 정부가 역(逆)홍보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바다이야기’ 의혹이 19일 언론에 보도된 지 하루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는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파문 이후 유 전 차관이 인사 청탁의 당사로 지목한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도 공개 해명을 미루던 것과는 대조적인 발 빠른 대응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사임 종용 받고도 8개월 근무=전 민정수석은 “지난해 11월 무한투자가 우전시스텍(우전)을 인수하면서 대주주가 됐을 때부터 노 씨에게 ‘우전에 계속 근무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해 왔다”고 밝혔다.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노 씨가 사퇴를 종용받아 왔는데도 8개월이나 지난 지난달 5일에야 그만둔 이유는 석연치 않다.

정치권 일각에선 노 씨가 우전을 인수한 지코에 계속 잔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나 사행성 성인게임기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난달 초부터 본격화되자 갑작스럽게 사표를 낸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코의 우전 인수합병에 역할?=청와대는 이날 “노 씨는 지코와 우전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무한투자가 지난해 11월 우전의 대주주가 된 직후 7명의 등기이사 중 6명은 모두 물러났는데도 유독 노 씨만 남게 된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한투자가 노 씨의 역할을 인정했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코가 이후 무한투자로부터 우전을 다시 인수할 때 노 씨가 ‘대통령 조카’라는 점이 인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사직 다음 날 검찰 압수수색 사실 발표=노 씨는 지난달 5일 지코 사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코가 우전을 인수한 뒤 이사를 바꾸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기 하루 전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검찰은 노 씨가 사퇴한 바로 다음 날인 임시주총일에 ‘바다이야기’ 제조공장 등 4, 5곳에 대한 압수수색 사실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사전에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명계남 씨 관련 의혹은 사실무근”=청와대는 ‘바다이야기’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친노(親盧) 인사 명계남 씨에 대해선 “의혹 자체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명 씨 관련 의혹이 프로그램 개발 단계에서 흘러나온 터라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절실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 민정수석은 이날 “바다이야기 프로그램 개발 단계에서도 여러 의혹이 있는데 조사를 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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