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사법부 신뢰 뿌리부터 흔들리는 현실 통감"

  • 입력 2006년 8월 16일 1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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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모든 법관들과 더불어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들이 받았을 실망감과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16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최근의 법조비리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대법원장이 법조비리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은 1998년 당시 윤관 대법원장이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해 발표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사법 불신, 재판 장애 초래할 정도"=이 대법원장은 법관들에게 국민들의 사법 불신에 대한 적극적인 자기반성을 촉구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번 일이 드러나기 전부터 사법 불신의 정도가 재판 본래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국민들은 전관예우의 존재를 믿고 있고 재판 결과가 청탁과 정실에 좌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법원장은 이 같은 사법 불신의 원인을 법원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불신의) 주 원인이 공개된 법정에서 당사자와의 적정한 의사소통 없이 재판의 결론을 도출하는 잘못된 재판 관행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도 근본적으로는 이 같은 종래의 재판 관행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에 앞서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가리고 사회의 부정을 단죄해야 할 법관이 도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는다면 뛰어난 법률지식이 있다 해도 법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 명의 법관이라도 판결의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순간, 사법적 판단 전체의 권위와 신뢰가 크게 손상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비리 근절 대책, 앞으로가 문제=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이 이날 오후 4시 경 발표한 법원장 회의 결과는 이 대법원장이 강도 높게 법원 내부의 반성을 요구했던 것에 비해 다소 평이한 수준이었다.

법관 경력 10년차 전후의 소장 법관들은 10일부터 14일까지 이뤄진 일선 법원 별 대책회의에서 이른바 '관선 변호' 근절 방안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선변호란 선배 법관 등이 후배 법관 등 다른 법관들이 맡은 사건에 대해 전화 통화 등으로 사적인 의견을 건네는 관행. 이번 법조비리에서 두드러진 문제점이었다.

소장 법관들은 법원장 회의에서 '관선 변호 근절 선언'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법원장 회의 결과에 관선 변호 관련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각급 법원별 대책회의에서 나온 의견 가운데 대법원 홈페이지에 '법조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법조비리 근절 방안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세부적인 시행 방법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밖에 법원장 회의 결과에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의 인력을 늘려 법관의 비위 행위에 대한 사전 예방적 감찰을 강화하는 방안과 법관징계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날 회의에는 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전국 법원장 26명 등 모두 46명의 법원 수뇌부가 참석했다. 이 대법원장은 오전 10시 대국민 사과를 마친 뒤 대법관들과 회의장을 나갔으며 7시간 동안 진행된 법원장 회의는 장 처장이 주재했다.

법원장들은 이날 회의 뒤 '최근의 사태에 즈음한 전국 법원장들의 다짐'이라는 제목의 결의안을 공개했다.

법원장들은 결의안에서 "당장 오늘부터 모든 법관들이 '나부터 시작한다'는 자세로 과거 묵인돼 왔던 부적절한 관행 하나하나를 바로잡아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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