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자금 투입 8개 부실금융기관, 모럴해저드 심각

  • 입력 2004년 10월 1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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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이 투입된 8개 부실금융기관들이 업무추진비를 한도 이상 멋대로 사용하는 등 여전히 심각한 도덕적 해이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예보)가 17일 국회 재정경제위 소속 임태희(任太熙·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개 부실금융기관은 지난해 법인세법상 손비로 인정되는 한도액(59억9800만원)보다 2.6배나 많은 154억4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7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은 한도액(23억2400만원)의 2.9배인 67억37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지나친 임금 인상률도 문제가 됐다. 이 금융기관들은 2000∼2003년 임직원들의 임금을 최저 13.3%에서 최고 150.8%까지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임원 평균 보수가 2000년 65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엔 1억6300만원으로 3년 만에 150.8%나 인상됐다.

또 8개 부실금융기관들은 임직원들에게 융자를 제공할 때 적용기준인 국민주택기금 수준(연 평균 6%)보다 턱없이 낮은 ‘특혜성 저리(低利)’를 적용하고 있었다. 예보측은 “8개 금융기관이 2000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임직원 상대 저리 융자를 계속해 109억6600만원의 자금 운용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 지난해 임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내야 할 개인연금까지 8개 금융기관이 모두 433억6000만원이나 대신 내준 것으로 밝혀졌다.

임 의원은 “예보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맺고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다짐했던 부실금융기관들이 방만한 경영으로 일관해 매각 시기가 자꾸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예보측은 “이번 자료는 세법상 손비로 인정되는 한도액 이상으로 사용한 접대비를 정리한 것”이라며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은행도 대체로 한도액 이상의 업무추진비를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 은행의 관계자는 “업무추진비나 직원 급여 수준이 은행권 평균보다 낮다”며 “이행약정이 지나치게 엄격해 규정된 한도를 넘었다고 해서 도덕적 해이로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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