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측근비리 특검 출범 한달]숨은 '대어' 잡을까

  • 입력 2004년 2월 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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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현판식을 갖고 최장 90일간(1차 60일, 2차 30일)의 수사에 들어간 대통령측근비리 특검 수사가 수사 착수 한 달에 이르고 있다.

김진흥(金鎭興) 특검호는 그 범위와 분량 등을 감안할 때 총선 정국을 뒤흔들 태풍의 핵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출범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사 진행 상황=지금까지 특검팀은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사건의 핵심 당사자들에 대한 본격 소환 조사보다는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 등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특검팀은 “대부분의 사안이 이미 검찰에서 조사가 됐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진술을 다시 받기보다는 새로운 단서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당사자들에 대한 소환은 마지막 수순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은 부분에 대해 다시 수사를 하고 있고, 더욱이 ‘시한부’라는 특검 수사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당사자들의 ‘입’을 열기 위해서는 완벽한 물증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때문에 특검팀은 1월 13일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 같은 달 15일에는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 수색하는 등 초기부터 검찰 수사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특검팀은 한 달도 채 안되는 기간동안 출국금지 31명, 자택 등 압수수색 49곳, 100여개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등 이른바 ‘융단폭격’식 수사를 진행하며 강한 수사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최 전 비서관이나 이 전 실장 등 사건 당사자들의 추가 금품 수수 등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추가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특검팀의 고민이다.

양승천(梁承千)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이 이미 저인망식으로 훑고 지나간 다음 그 자리에서 빠져간 물고기를 잡으려고 주변 바다를 뒤지는 형국”이라며 어려운 수사 상황을 토로하기도 했다.

▽수사 전망=김 특검은 이날 “‘10일간 기록 검토, 40일간 수사, 10일간 수사 정리’라는 당초 수사 계획은 아직 유효하다”며 “늦어도 20일까지는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의 수사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수사팀 관계자도 “지난주부터 조금씩 확인할 것이 나오고 있다”며 새로운 단서 확보를 시사하고 나서 이번 달부터는 수사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특검팀이 단서를 넘어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를 뚫고 지나온 수사 대상자들의 ‘입’을 열 만한 확실한 물증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특검팀이 숨어 있던 ‘측근들의 추가 비리’를 얼마만큼 밝혀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김성래씨 어제 재소환 조사▼

김진흥(金鎭興)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팀은 썬앤문그룹의 농협 115억원 사기대출 사건과 관련해 김성래(金成來·여·구속)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과 이모 전 계몽사 이사(구속), 대출 당시 실무를 맡았던 최모 전 농협 과장 등을 2일 소환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들을 상대로 김 전 부회장 등이 사기 대출을 받은 경위와 대출 과정에서의 외압 여부를 수사했다.

특검팀은 또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 비리 의혹과 관련, 이날 청주 K나이트클럽 실소유주 이원호씨(51)의 측근 한모씨 등을 소환해 2002년 대선 직전 이씨 부인 등의 계좌에서 인출된 50억여원의 사용처에 대해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전 주인인 김모씨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빌라 매매과정 등을 조사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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