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혁의 방향설정이 잘못됐다’

  • 입력 2003년 5월 3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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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심포지엄에서 제기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집권세력이 ‘코드’가 같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지식인들까지도 3개월여 만에 ‘정부의 위기’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던진 ‘열망-실망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나’라는 질문은 악순환이 또다시 시작됐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정치개혁의 목표를 지역주의 극복에 둔다면 방향설정을 잘못한 것이며, 그것은 정치엘리트의 지역적 분포만을 변화시킬 뿐이라는 최 교수의 지적은 요란스러운 개혁이 결국 자리 바꾸기에 그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또한 민주정치가 잘못 돌아가는 책임을 모두 언론에 전가하는 것은 사태의 일면만 보는 무책임한 일이라는 지적은 어디서부터 왜 잘못됐는지를 모르는 현 정부의 자가진단능력 부족과 그릇된 언론관을 질타한 것이다.

갈등관리시스템 구축의 지연으로 개별사안에 대한 정책적 해결보다는 정치적 해결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연구위원의 분석은 갈등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국정난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정확히 짚었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파격인사에 대한 검찰 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일선 검사들과 공개토론을 한 것부터 최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대통령수석비서관이 직접 협상테이블에 앉은 것까지 그때그때 정치력에 의존해 갈등을 미봉하려 들었던 사례는 많다. 그러니 ‘교육적 결단’을 해야 할 교육부총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정치적 결단’ 운운하는 정부가 된 게 아닌가.

한신대 조정관 교수가 제 역할을 못하는 참모나 막료 교체를 주장하면서 “언제까지 연습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한 것에 심포지엄의 결론이 압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집권세력이 ‘우호적 관계’인 이들의 고언까지 내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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