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양항 물류마비]"정부 不法방치…집단행동 속출 우려"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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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불안합니다.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이 또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니까요. 당장의 수출 차질도 문제지만 공들여 쌓은 해외 바이어들의 신뢰가 무너질까 걱정입니다.”(LG전자 전명우 상무)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와 정부의 협상이 12일 부분적으로 타결됐지만 기업들은 아직도 물류가 정상화되지 않아 피해를 보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9∼12일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으로 약 2억2000만달러어치 물품의 운송 및 선적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집계했다. 또 만일 부산 및 광양항의 화물처리가 전면 중단되면 하루 1억9000만달러어치의 수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항의 수출입화물 처리율은 10일 평소의 54.8%에서 11일 33.1%, 12일 26.4%로 낮아졌으며 광양항은 각각 14%, 13.3%, 5.1%로 떨어졌다.

▽왜 기업들이 피해를 봐야 하나=기업들은 “정부가 안일한 자세로 문제를 키운 데다 원칙 없는 협상으로 기업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A 대기업의 한 임원은 “개별 기업은 정부와 화물연대의 협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데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냉장고와 에어컨용 냉매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광주(光州)공장은 광양항 파업으로 물량을 전혀 내가지 못해 12일 현재 20피트 컨테이너 600여개 분량(600TEU)의 수출이 지연되고 있다. 또 경기 수원시와 경북 구미시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일부 차량의 파업으로 출하가 더뎌 직·간접 피해액은 하루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도 모두 700TEU의 수출물량이 선적되지 못했으며 중국 동남아 등지에 석유화학 중간재를 수출하는 업체들도 피해가 컸다. 삼성종합화학은 부산항과 인천항의 선적이 지연돼 하루 5억원의 피해를 보았다. LG석유화학은 부산, 광양항을 통한 수출입에 차질이 생기자 대부분의 물량을 여수항 쪽으로 돌렸다.

▽나쁜 선례로 남을 것=경제계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에 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경영자총협회 이동응 정책본부장은 “명백한 불법 행위에 대해 어떤 조치도 없이 요구 조건들을 들어준다면 앞으로 이런 사태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정부의 사후 처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면서 “불법 영업방해 등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계 인사들은 “자영업자인 화물수송업자들이 노조성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이번 사태는 좋지 않은 선례로 남게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포스코의 이형규 홍보팀장은 “이번 사태로 제3자인 화주의 부담만 늘게 됐다. 철강은 가뜩이나 마진이 적어 운송료 부담이 15% 오르면 중소업체들에는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철강 가격 인상은 자동차 조선 가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국내 산업 경쟁력 저하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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