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토공 통합 백지화]盧정부 공공개혁 물거품 위기

  • 입력 2003년 5월 2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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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을 포기한 것은 두 기관의 반발이 큰 데다 통합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철도와 발전 부문의 구조조정 후퇴에 이어 이번 결정까지 나옴으로써 전반적인 공공개혁이 크게 뒷걸음쳤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노무현(盧武鉉) 정부 집권 중에는 더 이상 공공부문 구조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합 백지화 배경과 두 기관의 앞날=건설교통부는 주공과 토공의 통합을 추진할 당시엔 두 기관의 기능이 다소 줄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개성공단 조성, 수도권 신도시 건설, 행정수도 이전, 국민임대 100만 가구 건설 등과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려면 두 기관이 각각 할 일이 많다는 것.

정부는 앞으로 두 기관의 기능을 조정해 주공은 △공공주택 건설 및 공급 △도시정비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 및 공급 △30만평 이하 중소규모의 택지개발 등을 맡도록 할 방침이다.

또 토공은 △중대규모의 택지개발과 신산업단지 개발 △신행정수도 △경제특구 개발 △지역균형개발사업 △개성공단 조성 등 대북(對北)사업을 책임지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정안이 정부 기대대로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상대적으로 이윤이 많이 남는 택지개발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깊이 얽혀 있는 사안이어서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동안 통합에 적극적이었던 주공 노조도 2일 일부 일간지에 낸 ‘대통령님과 건교부장관님, 역사를 10년 전으로 되돌리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의견광고에서 “두 공사 기능조정 같은 미봉책은 이미 10년 전에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물 건너간 공공부문 개혁=현 정부 출범 이후 철도 민영화는 이미 포기했다. 대신 공사화(公社化)를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어떻게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민영화하기로 결정한 11개 공기업 가운데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은 곳은 한국전력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3곳.

하지만 한전의 남동발전소 민영화는 주요 입찰예상자인 SK가 최근 분식회계 사태로 입찰 참가를 포기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또 지역난방공사도 언제쯤 민영화작업이 진행될지 요원하다.

더욱이 현 정부가 이들 3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작업 자체를 재검토하고 있어 공기업 논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박봉흠(朴奉欽) 예산처 장관도 2일 “민영화가 안 되고 있는 3개 공기업은 모두 망(網)사업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며 “민영화만이 최선인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포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기업 민영화가 반드시 옳은 방향인지를 둘러싸고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낙하산 인사’, 역대 정부의 정책방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경제전문가들은 각종 공공개혁 후퇴가 대내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한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주공-토공 통합추진 일지 ▼

△1993년 초=두 공사 통합 결정

△1993년 말=두 공사 기능조정으 로 방향 선회

△1998년 8월=‘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 계획’에서 통합 재결정

△1998∼2001년=통합 대비. 두 공 사 직원 26% 감축

△2001년=‘합리적 통합 전략’ 마련 을 위한 연구용역 실시

△2001년 5월=건설교통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정부와 두 공사, 민간 전문가 등 11명이 참여하는 통합 추진위원회 구성

△2001년 10월=두 공사 통합 법안인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 국회 제출

△2003년 5월2일=통합추진 논의를 중단하고 두 공사 기능 조정 및 경 영합리화를 추진하기로 결정

자료:건설교통부

▼주공 사장 공모 ▼

대한주택공사(www.jugong.co.kr) 사장추천위원회는 최고경영자를 공모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권해옥(權海玉) 전 사장이 지난달 21일 퇴임함에 따라 신임 사장을 뽑기 위한 것이다.

신임 사장은 사장추천위가 12일까지 접수된 응모자의 서류 및 면접심사를 거쳐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복수추천하고, 건교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해 임명된다. 031-738-3255∼6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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