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예비주자 7명의 언론관

  • 입력 2002년 2월 14일 18시 26분


국회에 제출된 정기간행물 등록법 개정안에 언론의 자유와 경영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들의 언론 인식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14일 예비후보들에게 정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과 언론 자유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과 지난해 논란이 됐던 언론사 세무조사에 관한 발언 등을 토대로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의 언론관을 분석한다.

▽언론은 개혁 대상?〓노무현(盧武鉉)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은 지난해 2월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줄곧 ‘언론은 곧 개혁 대상’이라고 주장해 온 ‘강경파’.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도 언론문제에 대해 강성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예비후보 중 유일하게 정간법 개정안 발의자로 참여한 김 고문은 “평소 소신에 따라 개정안 발의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자율에 맡겨서는 언론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언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편집위 구성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게 김 고문의 주장이다. 김 고문은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언론사 임직원이 쇄신의 과정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지난해 6월 20일)고 말했다.

노 고문은 지난해 “언론과의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예비후보 중 가장 강도 높게 언론을 공격해 왔다. 그는 “언론은 최후의 독재 권력” “일부 언론의 편향 왜곡 보도는 민주주의와 개혁을 거부하고 특권을 누리려는 수구세력의 본심을 그대로 드러낸 것”(지난해 6월 25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 고문은 “정간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일체의 코멘트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고문 측은 “편집의 독립성을 위해 정간법 개정안 제출은 필요하고 일리있는 문제제기라고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고문 측은 다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편집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침해받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고문은 지난해 세무조사 때도 “돌이킬 수 없다. 2년이 걸려도 좋고 3년이 걸려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언론사 사주 구속은 모양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발 물러섰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 언론관〓이인제(李仁濟) 김중권(金重權) 상임고문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 ‘널뛰기파’.

이 고문 측은 “언론의 자유는 무조건 보장돼야 하며 법과 권력이 언론 자유를 절대 침해해서는 안 된다. 언론 개혁 역시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간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고문은 언론사 세무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4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는 법에 의해 시행되는 것이고 언론사는 그동안 투명한 경영을 해왔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가 이틀 뒤에는 “당론을 전했을 뿐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다”고 측근을 통해 해명했다. 이 고문은 이어 “언론은 스스로 목표를 정해 개혁에 나서야 한다. 외부에서 칼을 들이대면 아무리 좋은 의도와 정교한 프로그램이 있더라도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가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10월 16일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특수대학원 연합 초청 특강)며 ‘자율 개혁’ 지지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김 고문은 “언론자유는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므로 언론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어떤 법적 규정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편집위 구성 의무화에 반대했다. 그러나 김 고문은 “경영문제는 언론기업이라고 해서 일반기업과 다른 특별한 법적 규제나 보호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언론자유와 경영은 별개라는 논리를 폈다. 김 고문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해 6월에는 “(민주당이) 여기서 머뭇거리거나 주춤하면 다 죽는다”며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칙론, 또는 침묵〓MBC 기자 출신인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은 “언론 자유는 강력하게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신문사도 기업인 만큼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상장기업에 준해 경영현황 자료를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편집위 구성과 운영은 노사간 합의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지난해에는 “국세청의 일에 당이 나서면 오해를 부풀리기 십상”(세무조사 결과 발표 직후)이라고 말하는 등 중립적인 언론관을 피력한 바 있다.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는 “원칙적으로 법에 의한 (언론)규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언론의 경영과 편집이 분리 독립돼 있지 않으므로 편집권 독립을 보장할 만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간법 개정안의 문제 조항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차후에 종합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때문인지 언론사 세무조사 등에 관해서는 공개적인 언급을 한 적이 없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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