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닛 美CIA국장 증언 "北 대륙간탄도미사일개발 기반갖춰"

  • 입력 2002년 2월 7일 17시 58분


조지 테닛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6일 상원 특별위원회에 출석, 미국이 9·11 테러이후 주시하고 있는 위험 요소와 세계 안보상황에 대해 공개 증언했다.

그의 발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목한 뒤 미 정보당국 책임자로서는 처음으로 이들 국가의 미사일 위협의 근거와 구체적 시기까지 적시한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다음은 부문별 발언요지.

▽대량살상무기 위협〓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크루즈미사일 설계기술의 확산으로 미국에 대한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은 결정적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2015년까지 미국은 북한, 이란, 아마도 이라크로부터 ICBM 공격의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대부분의 정보기관들은 판단하고 있다.

북한의 스커드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의 수출은 ICBM 생산능력 중 상당부분을 개발하는 기반이 되고, 장차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가까운 장래의 가장 주요한 우려사항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의 핵분열 물질 입수 가능성이다. 이란은 2010년까지 자체적으로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거나 외부로부터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란이 대량살상무기를 계속 공급하면서 테러세력을 지원하는 것은 실질적인 위협이자 미국에 대한 도전이다.

▽테러세력과 중동사태〓테러세력의 생화학무기 접근 정보와 핵무기 관련 첩보는 미 정보당국의 최대 관심사다. 또한 그들이 미국을 향해 비재래식 공격을 가하겠다는 위협을 계속하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미국은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1000여명의 알 카에다 대원을 체포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했으나 알 카에다는 여전히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남아 있다. 미국은 아직도 전쟁 중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중동과 동아프리카 이슬람사회의 불안정성은 위협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중동상황은 테러리즘에 기름을 붓고 전 세계의 반미감정을 촉발하고 있다. 만일 팔레스타인 내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가 미국이 그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것을 느낀다면 미국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에 있는 미국의 외교 군사시설은 위험에 처할 지 모른다.

▽중-미 갈등 예고〓9·11 테러는 중국이 미국에 접근하는 양상을 바꿔놓았지만 근본을 바꾼 것은 아니다. 중국은 경쟁력 있는 경제체제와 현대적 군사력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으며 그 궁극적 목적은 동아시아의 강력한 패권자로 서려는 것이다.

중국이 아프간 전쟁에서 대테러 전선에 동의하긴 했지만 곧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자가 되려는 야망을 접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또 중국은 남아시아에서 미국의 의도에 깊은 회의를 갖고 있으며 대테러 전선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재무장을 야기하는 것 또한 강력히 반대한다.

특히 중국은 새 지도체제로 전환하는 시점이며 중국 내 민족감정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향후 몇 년안에 중-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관계가 삐걱거릴 수도 있다.▽인도-파키스탄 핵전쟁 가능성〓두 핵보유국 사이의 전쟁 가능성은 1971년 이래로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양국이 공개적으로는 현재의 위기에서 핵사용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일단 재래전이 발발하면 핵무기 대치로 이어질 수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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