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한국경제 공적자금 함정에 빠져"

  • 입력 2001년 6월 11일 18시 28분


11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재벌개혁과 기업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과 국가부채 △언론사 세무조사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공적자금·국가부채〓공적자금 및 국가부채 규모와 공적자금 회수 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됐다.

김부겸(金富謙·한나라당)의원은 “예금보험공사의 손실이 벌써 50조원에 이르고 지금까지 사용한 공적자금 원금만도 최소 135조원”이라며 “한국경제는 공적자금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나오연(羅午淵·한나라당)의원은 “나라의 직접적인 빚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120조원에 이르러 이자만도 2007년까지 국가예산의 10%를 지불해야 할 상황”이라며 대책을 추궁했다.

그는 “회수율이 24%에 불과한 공적자금 104조원, 국민연금 등 4대 연금의 잠재적 부채 230조원, 현 정부 들어 20조5000억원이 늘어난 104개 공기업의 부채 447조원 등도 결국 나라 빚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송영길(宋永吉·민주당) 의원은 “IMF 사태는 한보나 기아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경유착으로 왜곡된 경제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당시 한나라당(옛 신한국당) 정권이 위기를 극복할 능력과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생긴 적폐였다”며 공적자금 및 국가부채에 대한 ‘야당 책임론’을 폈다.

안대륜(安大崙·자민련) 의원은 “전문가들은 3월말 현재까지 투입된 134조7000억원의 공적자금 중 회수가 불가능한 액수가 50조∼7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최근 나온 매킨지 보고서는 앞으로 최대 78조원의 공적자금이 추가 투입돼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대책을 물었다.

진념(陳稔) 경제부총리는 답변에서 “신규 공적자금의 회수에 대해서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공적자금위원회에서 철저히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 세무조사〓나오연 의원은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 “지난해 법인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이 2.7%에 불과한데 중앙언론사는 100% 조사하는 이유가 뭐냐”면서 “현행 자진신고납부제 아래에서 신고 및 세액확정 이후 법정사유 없이 정기조사라는 명목으로 중앙언론사를 일률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세무조사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를 즉각 종결하고 세무조사권 남용을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는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기간이나 인력은 통상적 수준이라고 보고받았다”며 “언론사의 경우 어느 특정사만 조사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업종과 달리 모든 법인을 조사하게 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재벌개혁〓민주당 의원들은 지속적인 재벌개혁을 주장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정부의 재벌개혁은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또 시장에 대해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 개입을 통한 원칙과 규율 준수를 강조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규제 완화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여야는 재벌에 대한 투명성 제고 및 기업경영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강운태(姜雲太·민주당) 의원은 “재벌규제 완화가 마치 경제살리기의 묘책인 양 호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30대 기업집단의 대주주는 자산규모 437조원에 달하는 64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투명성만 확보하고 다른 규제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상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오연 의원은 “빅딜과 워크아웃의 실패에 이어 현대그룹이라는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으로 형평성과 원칙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안대륜 의원도 “그동안 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행적 규제는 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약화시켜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은 “재벌정책의 목표가 국민대중의 정서를 빌미삼아 기업가의 의욕을 꺾거나 규제를 늘리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며 “정부는 재벌의 요구를 못 이기는 척하며 모두 들어주고 있으며, 일부 정치권까지 가세해 재벌에 유리한 정책을 마구잡이로 내놓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영찬·박성원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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