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근리 양민사살 공식 인정…한미양국 공동발표

  • 입력 2001년 1월 12일 18시 07분


한국과 미국은 12일 6·25전쟁 당시 발생한 노근리사건에 대한 15개월간의 공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 사건은 철수 중이던 미군에 의해 피란민 다수가 사살되거나 부상한 사건”이라고 공식 규정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본인은 미국인을 대표해 50년 7월 말 노근리에서 한국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힌 데 이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이 전쟁 중 발생한 미군에 의한 민간인 사살에 대해 그 실체를 인정하고 대통령 명의의 유감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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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사건 정부대책단장인 안병우(安炳禹)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와 함께 미국측이 △노근리지역에 추모비를 건립하고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매년 30명 규모의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공동발표문에서 △미 공군의 피란민 공중공격 지침을 기록한 ‘로저스 대령의 메모’ △7월26∼29일 노근리 쌍굴 등지의 피란민에 대한 지상사격 존재 등 노근리사건이 미군에 의한 민간인 살상 사건임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양국 조사단은 피해 주민의 보상 문제와 직결되는 발포명령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채 이에 대한 양측의 주장을 발표문에 병기했다.

찰스 크래긴 미 국방부 수석부차관보는 “노근리에서 한국인들이 미군의 사격과 폭격으로 숨지거나 부상한 것은 분명하나 미군이 민간 피란민을 사살하도록 명령을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며 “미국은 노근리사건 희생자들에게 배상하거나 이 사건과 관련된 전역 미군들을 기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근리 미군 양민학살사건 대책위원회(위원장 정은용·鄭殷溶)는 이날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양국의 조사결과는 역사를 기만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앞으로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위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다각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마이클 최 변호사 등 미국 변호인단도 “여러 정황증거와 증언에 의해 분명히 드러난 상부의 발포명령을 부인하고 배상을 거부한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사망자 1인당 50만달러의 배상금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미 연방법원에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형권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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