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실무접촉]합의서 서명 왜 미뤄졌나?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남북한은 3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3차 준비접촉에서 3시간10분여에 걸친 합의서 문안 절충 작업을 벌였으나 최종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은 준비접촉이 끝난 뒤 “양측이 근본적인 문제는 모두 해결했으나 문안 자구(字句) 등 표현상의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대표단 규모, 회담형식, 실무자접촉 및 선발대파견, 왕래절차 등 합의서 초안의 내용을 하나씩 검토하고 자구를 수정하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는 것.

그러나 2차 준비접촉(4월27일)이 끝난 뒤 남북이 합의서를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의견이 접근했다고 밝혔던 점을 볼 때 이같은 표현상의 차이가 양측 견해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북측 김령성단장이 “준비접촉의 진행은 남측에 달려 있다”고 말한데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북측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남측 요청에 의해 이뤄진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어 이 문제가 ‘의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박장관도 “북측은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 쪽에 맞는 표현을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원칙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합의서 서명과 통신 경호 의전 등 실무협상의 선후문제도 합의서 작성을 지연시킨 요소. 북측은 이날 ‘경호 통신 등 실무협상을 앞서서 마무리한 뒤 실무절차합의서에 서명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견해차를 빼고는 대부분 합의했다는 점에서 4차 접촉에서는 합의서 서명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장관은 “오늘 거의 합의단계까지 갔다가 55년 만에 이뤄지는 문건인 만큼 보다 알차게 만들기 위해 4차로 미뤘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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