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에 贊託인사" 발언파문]JP 누굴 겨냥했을까

  • 입력 2000년 3월 6일 23시 51분


《JP 발언 요지〓자민련은 갈 길이 있다. 애매하게 가는 게 아니다. 진보주의나 혁신주의가 아니다. 진보주의자가 장관이 되더니 서슴없이 50년 공산군이 침입했을 때 대항해서 통일 기회를 잃었다고 해서 우리가 경질하도록 야단쳤다. 누가 인민군과 싸운 사람인가. 보수주의자였지 진보주의자가 아니었다. 모스크바에서 찬탁, 반탁이 논의될 때 우리는 반탁을 주장했으나 찬탁을 한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이 (왼쪽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이런 자리에 있다.》

얼마전 ‘지역감정 DJ책임론’으로 물의를 빚었던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6일에는 ‘찬탁(贊託)발언’으로 또 다시 정국을 뒤흔들었다.

이날 JP의 발언이 전해지자 정가의 관심사는 그가 언급한 찬탁인사가 과연 누구냐는 것이었다. 특히 JP 발언의 전후 맥락으로 볼 때 이 찬탁인사가 현 여권의 지도층 인사 중 한사람인 게 분명해 이와 관련한 뒷공론이 무성했다.

JP 본인은 찬탁인사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는 행사가 끝난 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도층 가운데 (찬탁론자가) 일부 있다는 얘기지, 김대통령은 무슨 김대통령이냐. 또 싸움을 붙이려고 하느냐”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JP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이 그 주인공일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JP가 그 얘기를 할 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그런 사람이 이런 자리에 있다”고 말한 것도 김대통령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그러면 JP는 왜 이 시점에 해묵은 찬탁공방을 들고 나왔을까. 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민감한 사안인 김대통령 개인의 전력을 들먹인 이유는 무엇일까. 자민련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전하지 못했다. 자민련의 ‘야당선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김대통령을 직접 겨냥했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고 이번 찬탁발언을 계기로 색깔론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명예총재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JP가 마침 자민련이 민주당과 갈라서는 과정을 설명하다 찬탁발언을 한 것으로 볼 때 감정적으로 격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JP의 이날 발언에 대해 여야 정당은 일제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을 갈 수 있고 남북한이 공동 상품을 만드는 마당에 갑자기 무슨 찬탁논란이냐”며 언급 자체를 피했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도 “김명예총재가 무슨 뜻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길이 없다. 대꾸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일축했다.

<송인수·이철희기자> issong@donga.com

▼ 신탁통치와 찬-반탁 ▼

신탁통치란 2차대전 이후 유엔 감독 하에 승전국들이 과거 제국주의의 식민지 등 특정지역에 대해 실시한 특수통치제도. 일제가 45년 8월15일 항복한 뒤 그 해 12월27일 모스크바에서 미 영 소 3상회의를 통해 채택된 신탁통치안은 한반도를 북위38도선을 중심으로 나눠 북쪽은 소련이, 남쪽은 미국이 향후 5년간 통치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3상회의 신탁통치안에 대해 독립정부의 수립을 갈망해온 우익진영을 중심으로 거센 반대운동에 나섰다. 좌익진영도 처음에는 신탁통치안에 대해 극렬히 반대했으나 소련의 지시로 찬탁(贊託)으로 급선회함으로써 좌우 진영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결국 우익진영이 대한독립촉성국민회를 조직해 격렬한 반탁운동을 전개해 한반도 신탁통치를 위해 미 소 양국이 조직한 공동위원회는 완전히 결렬됐고 신탁통치도 백지화됐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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