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정책경쟁 실종…유례없는 흑색전 양상

  • 입력 2000년 2월 29일 19시 38분


정당간 정책대결은 한국 정치풍토에서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의 바람인가.

여야 각 당이 공천파문의 후유증 수습에 부심하는 가운데 ‘파생(派生)정당’인 민국당의 출범으로 여론의 관심이 정치인들의 이합집산과 지역할거식 투표행태에 집중되면서 정당간 정책경쟁이 사실상 실종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여야는 권력정치의 상징인 공천파문이란 질곡에 엉켜들어 총선 ‘D-44일’인 지난달 29일까지도 주요정책 개발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초∼중순에 걸쳐 일제히 쏟아져 나올 각 당의 정책은 ‘부실 및 선심공약 리스트’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미 각 당은 선거전이 지역할거구도로 치러질 것을 예상, ‘반(反)DJ’ ‘반 이회창(李會昌)’ 등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특히 각 정파간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예상되는 충청지역을 둘러싸고 자민련측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을 겨냥, ‘DJ의 충청담당 홍위병 대장’ 등의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도 28일 충주지구당 대회에서 “충절의 고장인 충청도가 JP의 지역감정 자극에 놀아나고 있다”고 역지역감정을 자극했다.

이런 양상은 선거막판 지역감정의 바람이 불기는 했으나 각 당이 ‘안정 성장’(신한국당) ‘경제 제일주의’(국민회의) ‘경제정의 실현’(구 민주당) ‘제2의 경제도약’(자민련) 등 경제 이슈 들을 쟁점으로 내세웠던 96년의 15대 선거보다도 퇴행적 행태란 비판을 사고 있다.

정책의 졸속개발은 한층 심각해 민주당은 지난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3일 발표를 목표로 정책개발에 나섰다.

한나라당도 10일 발표를 목표로 지난달 29일에야 정창화(鄭昌和)정책위의장 주재로 공약개발위원회를 열어 130개 과제와 461개 실천사항의 검토에 들어갔다.

자민련은 정책개발도 채 마무리 안된 상태에서 12명의 정책전문위원 중 9명을 3월초 정책과 관련 없는 선대위기구와 지역에 파견키로 했다.

김석수(金石洙)정개련사무처장은 “전근대적인 지역감정과 정당내부의 정실문화가 뿌리박힌 구조에서 정책경쟁 부재는 필연적 결과”라며 “정책선거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 여당이 단호한 의지를 갖고 불법선거를 엄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려대 함성득(咸成得)교수는 “여야가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론과 경제안정론 등을 앞세워 정책대결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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