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경제인 特赦」단행]全-盧사면 「예고편」

  • 입력 1997년 9월 30일 20시 07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현정권들어 각종 비리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경제인들에 대해 「개천절 특사」를 단행한 것은 여러가지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우선 김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통해 「사정작업」과 「역사바로세우기」를 명분으로 부정비리를 척결하는 과정에서 확대됐던 「정치 사회적 상처」를 자신의 임기 중 스스로 추스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가 30일 경제인 사면에 이어 대선을 전후해 「비리관련 정치인 및 공무원 사면」이 이루어질 것을 곧바로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이번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을 단행하기 위한 「예고탄」의 성격을 가진 조치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이번 사면조치는 또 청와대와 법무부측이 공식 설명한 것처럼 「경제살리기」의 일환이란 명분 외에 「돈가뭄」으로 고통을 받는 신한국당에 대한 간접지원의 의미도 갖는다. 실제로 그동안 재계는 『여당을 지원하고 싶어도 비자금사건 등 전비(前非)에 발목이 잡혀 움직일 수가 없다』는 호소를 계속해왔다. 따라서 「경제적 명분」과 「정치적 실리」가 맞아떨어져 이번 조치가 나오게 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지난달 25일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회장이 김대통령과 단독면담한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대두됐었다. 법적 측면에서 보면 이번 사면 복권을 통해 재벌총수 7명 등 기업인 23명은 그동안 제한을 받아온 △국가공무원법상의 공무담임권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금융기관 등 관련 기업체 취업권을 완전히 회복하게 됐다. 더욱이 단순히 사면 복권의 차원을 넘어 권력형 비리사건의 주역으로 낙인찍혀 개인적 운신에 제한을 받고 대외경제활동에도 걸림돌이 됐던 「굴레」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다만 정부는 이번 사면조치에서 똑같이 「전과말소」의 효력을 부여하면서도 법적용의 실익(實益)을 감안해 집행유예 기간 중인 재벌총수 등 14명에 대해서는 특별사면과 특별복권을, 선고유예된 1명에게 특별사면을, 집행유예기간이 지난 2명에게 특별복권 조치를 내렸다. 법무부는 이번 사면대상 중 현대그룹 임직원에 대해서는 지난 95년 8.15 특별사면을 받은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등과의 법적 형평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 노 비자금 사건 관련자들을 제외한 것은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조연이었다는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동관·이호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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