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분의 1’ 확률…12년前 조혈모세포 기증 약속, 7세 여야 살린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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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국제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 근무 중인 김영욱 교수(39). 그는 지난해 7월 조혈모세포은행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김 교수와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7세 여아 백혈병 환자가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기억을 되살렸다. 2004년 당시 의대생이던 자신이 생각났다. 당시 김 교수는 혈액암 관련 수업 중 건강한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면 백혈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부한 뒤 바로 조혈모세포 기증을 신청한 사실이 기억났다. 아직 의대생 신분이지만 무언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조혈모세포는 적혈구, 백혈구 등 혈액을 생성하는 기능을 한다. 이후 그는 해당 사실을 잊고 지내다가 12년 만에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어린이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려면 환자와 기증자 간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해야 합니다. HLA가 일치할 확률은 2만 분의 1이에요. 그런데 12년이 흘러 한 아이와 제가 일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무조건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전화를 받은 후 그는 바로 기증에 동의했다.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기증적합검사와 건강검진을 받은 뒤 말초혈관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했다. 김 교수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여아 환자는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백혈병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의료계에 따르면 백혈병 치료의 유일한 방법은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조혈모세포 기증받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증 희망자는 2만 여명에 그쳤다. 실제 기증으로 이어진 경우도 300여건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이 조혈모세포 기증에 동참해 사랑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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