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 세계식량계획 공여국장 “받다가 주는 나라로… 한국은 기아극복 귀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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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세계식량계획 공여국장 방한

 “한국처럼 세계식량계획(WFP)의 원조를 받다가 완전히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뀐 건 여전히 드문 사례입니다.”

 최근 방한한 크리스 케이 WFP 공여국장(영국·사진)은 “한국은 존재 자체만으로 다른 나라에 모범이 된다”고 말했다. WFP에 있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손꼽을 수 있는 나라라는 설명이다. WFP는 식량 지원을 통해 기아·영양실조 등 개발도상국과 분쟁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국제기구다. 6·25전쟁을 겪은 한국은 1964년부터 20년간 WFP의 지원을 받았지만 산업화에 성공한 뒤 1984년부터는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만난 케이 국장은 “한국은 ‘기아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귀감을 보여준 것을 넘어 WFP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WFP 지원을 꾸준히 늘려온 한국은 2년 전 지원 규모에서 20위권(단일 국가 기준)에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3731만 달러(약 435억 원)로 지원 규모면에서 세계 17번째였다.

 케이 국장은 “올해 각국의 도움으로 재원 56억 달러(약 6조5000억 원)를 마련했지만 당초 목표인 86억 달러(약 10조 원)를 채우진 못했다”며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WFP는 유엔 가맹국 분담금을 따로 받지 않고 각국의 자발적 기금 출연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국제사회 지원을 위해 대한민국 국회와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 관계자 등을 차례로 만나고 있다”며 “다들 지속가능개발목표(SDG) 달성을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SDG는 유엔이 올해부터 2030년까지 빈곤을 퇴치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운 17가지 목표다.

 영국의 한 투자은행에서 일하던 케이 국장은 1990년 루마니아의 아동 학대 문제를 우연히 접한 뒤 사표를 내고 국제사회 지원에 투신했다. 1992년부터 유엔봉사단(UNV),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유엔개발계획(UNDP) 등 유엔 산하기구를 거친 케이 국장은 “끊임없이 일해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게 인도주의 활동의 한계이다. 하지만 전 인류를 위해 일한다는 게 보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6월부터 각국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공여국장직을 맡은 그는 “24년간 그래왔듯 유엔의 인도주의 활동을 위해 뭐든 헌신하는 게 향후 목표”라고 말했다.

차길호기자 kilo@donga.com
#세계식량계획#wfp#케이 wfp 공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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