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한류, 카메룬의 생명을 지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KOICA 지원 ‘야운데 응급센터’ 6개월
전문의 등 18명 현지서 활동 “의료시스템 대대적 개혁”

2일 오후(현지 시간) 카메룬 수도 야운데 시에 위치한 ‘야운데 국립응급의료센터’에서 정중식 씨(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카메룬 현지 의료진과 함께 응급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올 6월 개원한 야운데 국립응급의료센터에서는 정 씨를 포함한 한국 의료진 18명이 24시간 3교대로 현지 의료진과 함께 응급 환자를 돌보고 있다. 야운데=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일 오후(현지 시간) 카메룬 수도 야운데 시에 위치한 ‘야운데 국립응급의료센터’에서 정중식 씨(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카메룬 현지 의료진과 함께 응급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올 6월 개원한 야운데 국립응급의료센터에서는 정 씨를 포함한 한국 의료진 18명이 24시간 3교대로 현지 의료진과 함께 응급 환자를 돌보고 있다. 야운데=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30일 오후 8시경(현지 시간)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서 아솔로 조제프 클로드 씨(42)는 강도 4명의 습격을 받았다. 오토바이 수리점을 운영하던 클로드 씨는 마침 한 달 치 수입인 25만 세파프랑(한화 약 50만 원)을 갖고 집에 가던 중이었다. 강도들은 그를 쓰러뜨린 뒤 허리와 왼쪽 다리를 흉기로 찌르고 돈을 빼앗아 달아났다.

클로드 씨는 가까스로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병원 측은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출혈이 계속되는 가운데 클로드 씨는 야운데 국립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고 3시간가량 응급수술을 받고서야 겨우 위기를 넘겼다. 2일 국립응급의료센터 준중환자실에서 만난 클로드 씨는 “만약 이곳으로 오지 않았으면 난 이미 죽었을 것”이라며 당시 심경을 밝혔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카메룬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1200달러(약 141만 원)에 불과한 나라다.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가 1명 정도일 정도로 의료 환경이 열악하다. 특히 응급의료 시스템은 전무하다. 카메룬 제1의 국공립 의료기관인 중앙병원 응급실에는 아직도 산소호흡기나 심전도 측정기 등 기본적인 치료장비조차 없다.

클로드 씨의 생명을 구한 곳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올 6월 문을 연 야운데 국립응급의료센터(응급센터)다. 카메룬 정부의 요청으로 KOICA가 2010년부터 약 393만 달러(약 47억 원)를 들여 완공했다. 카메룬에서 유일하게 현대식 응급의료체계를 갖춘 곳이다. 2069m²의 크기에 응급병상 42개와 중환자실 전용 병동 3개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접수, 치료, 입원, 정산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한국식 응급시스템을 똑같이 실행하고 있다.

인프라뿐 아니라 한국 의료진이 카메룬 현지 의료진과 함께 활동하며 한국의 의학을 전수해주고 있다. 12월 현재 야운데 응급센터에는 KOICA에서 파견한 응급의학 전문의와 간호사 12명 등 18명의 한국 의료진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며 수술과 진료, 간호 등 응급의료 전 과정에 참여하며 카메룬 의료진 287명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병원 경영 전문가도 현지에서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카메룬 의료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였던 ‘선지불 후진료’ 방식 대신 선진료 후지불 방식을 도입해 누구든 응급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출신으로 현재 야운데 응급센터 부원장을 맡고 있는 정중식 ODA 전문가는 “단지 병원을 지어주는 게 아니라 응급의료진 양성과 시스템 도입 등 현대화된 응급의학을 카메룬에 정착시키는 게 진짜 목표”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내년부터 야운데 1대학 의과대학에 교육 커리큘럼 개발과 강사 양성 등의 지원을 할 예정이다.

카메룬 보건당국은 한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현지 의료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에툰디 카메룬 질병관리본부장은 “에볼라 등 감염성 질병이 많은 아프리카에서 응급센터는 의료진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며 “야운데 응급센터의 성공을 토대로 앞으로 짓게 될 국공립 병원에는 모두 응급센터를 갖추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야운데=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koica#카메룬#의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