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컵 코비 “이스라엘선 모든 외과의사가 중증외상치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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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 국가外傷위원회 의장 방한… “전국 병원서 표준 매뉴얼대로 치료”

“한국이 의료선진국이란 것도 알지만, 치료를 못 받고 길에서 사망하는 외상(外傷) 환자가 많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내 의료의 위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제이컵 코비 이스라엘 국가외상위원회 의장(56·사진)은 이렇게 답했다.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가 웬만한 의료선진국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세계적 권위자가 평가한 우리 외상의료 점수는 무척 박했다.

강원도만 한 작은 나라 이스라엘(2만770km²)은 미국과 함께 외상의료의 최고 선진국으로 손꼽힌다. 외상으로 죽은 환자들 중에서 치료를 잘했으면 살릴 수 있었던 사람의 비율이 35.2%(2010년 기준)나 되는 우리와 달리 이스라엘은 11%대로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스라엘의 외상의료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코비 의장을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열린 ‘제2회 환태평양 외상학술대회’ 현장에서 만났다.

코비 의장은 이스라엘이 외상의료 선진국이 된 원인으로 불안한 안보 상황을 들었다. 1945년 건국부터 이스라엘은 주변 중동 국가들과 끊임없는 군사적 갈등을 빚어왔다. 건국 당시 인구가 100만 명도 안 되던 상황에서 전투에서 다친 환자를 최대한 많이 살려내는 게 이스라엘의 국가적 과제였다는 것. 코비 의장은 “한국도 북한과의 대치라는 유사한 안보 현실에 놓여 있다”며 “최근 세월호 참사, 고성 군부대 총기 난사 등 대형 사고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외상환자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비 의장이 말하는 이스라엘 외상정책의 가장 큰 강점은 전국 어느 병원에서나 ‘양질의 그리고 균질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이스라엘 보건부, 의료기관장, 건강보험 관계자 등 30명으로 구성된 정부직속 국가외상위원회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외상 표준진료 매뉴얼’을 관리하고 업그레이드한다. 인터뷰에 배석한 이종복 대한외상학회장은 “우리는 모든 병원에 함께 적용되는 표준 매뉴얼이 없다. 부끄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모든 외과의사가 중증 외상환자를 치료할 능력을 갖춘 것도 이스라엘의 특징. 코비 의장은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전문외상처치술(ATLS)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의 중 희망자만 외상 세부전공을 밟는 우리와는 상반된 대목이다. 코비 의장은 “의료진의 실력, 건강보험제도 등 인프라만 놓고 보면 이미 한국은 의료선진국”이라며 “매뉴얼, 의료진 교육 등 소프트웨어만 보완하면 앞으로 안타까운 희생을 더 많이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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