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한 맺힌 삶’ 3D 애니로 달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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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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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청강문화산업대 교수-제자들 ‘소녀 이야기’ 제작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고 정서운 할머니의 삶을 애니메이션으로 복원한 청강문화산업대 김준기 교수. 김 교수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고 정서운 할머니의 삶을 애니메이션으로 복원한 청강문화산업대 김준기 교수. 김 교수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2004년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한 정서운 할머니가 8년 만에 3차원(3D)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김준기 청강문화산업대 애니메이션학과 겸임교수와 제자 30명은 정 할머니의 육성 증언을 토대로 제작한 3D 단편 애니메이션 ‘소녀 이야기’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반크 동북아역사재단이 10일 공동 주최하는 ‘삼일절 기념 역사콘서트’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한다.

7일 경기 이천시 청강문화산업대 작업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할머니의 응어리 맺힌 한숨과 주름, 눈물을 모두 담아내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질 높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컸다”고 했다.

11분짜리 애니메이션 속에서 정 할머니는 13세가 되던 1937년 인도네시아 스마랑 지역으로 끌려가 8년간 위안부로 생활했던 기억을 털어놓는다. 알이 큰 안경을 쓴 채 작은 십자가가 달린 회색 원피스를 입은 할머니의 캐릭터는 할머니의 생전 모습을 빼닮았다. 김 교수와 작업팀은 영상과 사진 속 할머니의 표정 말투 옷차림을 꼼꼼히 분석해 할머니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김 교수는 “할머니의 생전 육성에 캐릭터의 입 모양과 표정, 눈동자 움직임을 일일이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며 “20초짜리 컷을 제작하는 데 한 달씩 걸렸다”고 설명했다.

2003년 ‘인생’으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을 수상하며 유명세를 탄 김 교수는 대학 시절부터 갖고 있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 때문에 2008년 작품 제작에 들어갔다. 이미 닫힌 할머니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김 교수는 수십 차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를 찾아갔다. 그렇게 1년을 관찰한 끝에 김복동 할머니와 이막달 할머니를 3D 캐릭터로 만든 4분짜리 샘플 영상도 제작했다. 이를 지켜본 할머니들이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정대협도 정 할머니의 생전 증언과 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김 교수가 제작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군으로부터 능욕을 당하는 장면이었다. 관객들의 충격은 최대화하되 할머니들을 배려해 자극적이지 않게 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나이나 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관심을 보이는 3D 애니메이션 장르의 특성을 살려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모르는 국내 청소년과 해외에 알리고 싶다”며 “가능하다면 일본어 자막을 입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평화비 옆에서 상시 상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천=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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