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 김동영 박사팀, 에이즈에 뒷문 열어주는 ‘배신 유전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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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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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 네이처에 발표

인체 내에 있는 유전자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결합해 감염률을 높인다는 것을 밝혀낸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약학과 김동영 박사. 김동영 박사 제공
인체 내에 있는 유전자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결합해 감염률을 높인다는 것을 밝혀낸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약학과 김동영 박사. 김동영 박사 제공
미국에서 연구 중인 우리나라 과학자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도와주는 ‘배신자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인체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HIV와 결합해 보균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에이즈에 걸리게 한다. 하지만 이 유전자를 반대로 이용해 조절한다면 에이즈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약학과 김동영 박사팀은 몸속에서 HIV의 활동성을 높여주는 유전자인 ‘CBF-β’를 발견했으며 이를 제거한 세포에서 HIV 감염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과학학술지 ‘네이처’ 22일자(현지 시간)에 발표했다.

HIV는 몸속에 들어와 복제를 거듭하면서 사람의 면역체계를 파괴한다. 혈액 속에 있는 면역세포가 사라져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면 인체의 면역력이 약해져 에이즈에 걸린다. 사람 몸에 HIV가 침입하면 이를 방어하려는 ‘APOBEC3G’가 활성화되면서 HIV를 제거하거나 복제하는 것을 막는다. 이때 HIV도 경찰 유전자 역할을 하는 APOBEC3G에 대항하는 ‘바이러스 감염인자(Vif)’를 내보내 방어를 무력하게 만들면서 세포를 감염시킨다.

그동안 실험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인자가 제거된 HIV는 감염력을 잃는다는 것은 밝혀냈지만 왜 그런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감염인자를 관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감염인자를 세포 내에서 끄집어내면 활동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연구가 힘들었다.

김 박사는 “바이러스 감염인자가 세포 밖으로 나오면 활동성을 잃는 것에 착안해 세포 내에 이를 돕는 물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실험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험 결과 우리 몸에 있는 배신자 역할을 하는 CBF-β 유전자가 바이러스 감염인자와 결합한 뒤 활성화시켜 경찰 유전자를 이기도록 돕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세포에서 배신자 유전자를 제거한 뒤 HIV를 넣자 감염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배신자 유전자의 발견은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박사는 “배신자 유전자를 이용하면 HIV의 감염을 도와주는 바이러스 감염인자만 뽑아내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에이즈 치료제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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