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선 덮쳤는데 어부인 척… 애먹었죠”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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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해군 첫 국제연합해군 지휘 이범림 준장

소말리아 해적 기소해도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 일쑤
독자 활동 러-中함대와 공조 성사시킨 것 가장 뿌듯
한국 해군 최초로 연합해군(CTF-151)의 지휘를 맡아 4월부터 4개월간 아덴 만과 소말리아 동부 해역에서 대해적작전을 펼친 이범림 준장(왼쪽)이 임무를 종료한 1일 터키 해군의 시난 에르투룰 소장(오른쪽)에게 지휘권을 인계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국방부
“해적들의 연기가 배우 뺨칠 정도입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순박한 어부로 변해있어요.”

한국 해군 최초로 국제 연합해군을 지휘한 이범림 준장(51)은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4개월간 해적을 소탕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이같이 털어놨다. 이 준장은 4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아프리카 동부 아덴 만과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대해적작전을 펼치는 연합해군 CTF-151의 지휘관으로 활약했다.

그가 상대한 해적들은 RPG 대전차포 등을 보유해 만만치 않은 화력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정작 애를 먹인 것은 그들의 뛰어난 ‘변신 능력’이었다.

“정찰하다가 해적선이 분명하다고 생각됐거나, 해적질하는 장면을 목격해 다가가면 무기, 사다리, 갈고리 등 의심받은 만한 물건을 순식간에 바다에 던져버립니다. 그 대신 그물이나 어부라고 우길 만한 물건을 들고 있죠. 그래서 이들을 케냐 예멘 등의 인근 국가에 기소하거나 재판에 회부해도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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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규모에 비해 해역이 너무 넓다는 것도 작전 수행에 어려운 점이었다. 아덴 만에서 소말리아 동부해역까지는 한반도 면적의 40배에 이르는 거대 해역으로 이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만 연간 3만3000여 척에 달한다. CTF-151 외에도 유럽연합의 CTF-465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CTF-508 등 다른 연합함대도 있지만 몇십 척으로 모든 해역을 감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싱가포르 등 24개국이 참여한 CTF-151은 21척의 수상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준장은 그동안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독자적으로 활동하던 러시아 중국 함대들과 손을 잡게 된 일을 최대 수확으로 꼽았다. 러시아 상선이 5월 6일 오만 부근에서 해적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러시아에 알려준 뒤 관계가 급진전됐다. 중국도 같은 동양인인 한국 출신 지휘관이라는 점에 호감을 갖고 손을 내밀었다. 현재 두 나라는 연합해군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이 준장은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의 지휘관이라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제 공조가 가능한 한국 군인의 가치를 증명한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 해군의 시난 에르투룰 소장에게 지휘권을 넘겨주고 옛 직책이었던 제7기동전단장으로 복귀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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