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못온다고? 그럼 우리가 찾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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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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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남구 운영 심포니오케스트라
관내 학교 기업 찾아가 공연 인기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역 내 학교와 기업, 아파트 단지를 찾아다니며 음악회를 선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숙명여고 이정숙 기념관에서 공연하는 모습. 사진 제공 강남구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역 내 학교와 기업, 아파트 단지를 찾아다니며 음악회를 선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숙명여고 이정숙 기념관에서 공연하는 모습. 사진 제공 강남구

숙명여고, 경기여고, 한강둔치, 수서경찰서…. 얼핏 들어선 특별한 연관 관계가 없을 법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서울 강남구가 운영하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섰던 무대들이다. 국내 첫 기초지방자치단체 소속 교향악단으로 13년째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오케스트라는 누구나 부담 없이 클래식을 찾고 즐길 수 있게 한다는 평을 듣는다.

현재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서울시향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KBS교향악단 등과 더불어 국내 10대 교향악단으로 꼽힌다. 구 단위 기초자치단체에선 주로 20인조 내외의 아마추어 앙상블을 운영하는 점과 비교해 보면 73명 규모인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규모나 실력 면에서 차별화된다. 오케스트라는 199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 교수 출신인 서현석 지휘자가 개인적으로 준비해 모은 50여 명으로 출발했다. 지금처럼 정상급 교향악단으로 인정받기까지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처음엔 직장이라고 할 수도 없었죠. 건강보험도 안 되고 대출도 불가능하니 단원들이 소속감이나 안정감을 많이 못 느꼈을 거예요.”(서 지휘자)

당연히 이직이 잦았다. 연주를 주도해야 할 악장(樂長)이 2년 넘게 공석일 때도 있었다. 서 지휘자는 실력 있는 연주자들을 초빙해오고 또 지키기 위해 구의회와 구청을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다. 구립이라는 편견도 발목을 잡았다. 서 지휘자와 단원들은 마치 갓 데뷔한 신인가수처럼 실황을 녹음한 CD를 공연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 정동혁 예술의 전당 음악부장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자치구에서 출발했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음악 인재와 인프라가 많이 모이는 강남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잘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국내외 대형 무대에 얼마든지 오를 수 있지만 아직까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가장 중요한 무대는 관내 학교와 기업이다. 학교 방문 공연은 서 지휘자가 먼저 아이디어를 냈다. 서 지휘자는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학원을 다니느라 바빠서인지 공연장에서 거의 보기 힘들다. 아이들이 못 오면 우리가 찾아가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요나 팝 등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최신 음악에만 익숙하던 아이들도 연주가 시작되면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다. 무더운 여름밤엔 잠 못 이루는 주민들을 위해 아파트 단지나 양재천을 무대 삼아 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올해로 13년째를 맞는 오케스트라의 목표는 무엇일까. 서 지휘자가 말했다. “누가 듣든지 ‘참 들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오케스트라가 돼야죠. 2, 3년 내로 연주자를 90명으로 늘려 더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겠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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