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 못 쓰는 사람 앞에 내 장애는 미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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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악관 국가장애위원 임명된 박동우 씨

3세때 소아마비 앓아 왼팔 못써
30여년 장애인-노인 위해 봉사

“양 다리를 못 쓰는 사람에 비하면 이건 아주 미미한 겁니다.”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National Council on Disability) 15인 위원(차관보급)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명된 조지프 박(한국명 박동우·57) 씨는 3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왼쪽 어깨부터 왼팔까지 전혀 쓰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게 왼팔 장애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운 장애인과 노인을 돌보면서 헌신적인 삶을 사는 계기가 됐다. 한 손이 불편하지만 1998년 로스앤젤레스마라톤대회에서 6시간 12분 동안 완주하기도 했다.

○ 잘살아보려고 미국으로

고등학생이던 1970년 5월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이민 왔다. 전북 군산에서 농사를 짓던 아버지의 벌이가 시원찮아 ‘잘살아보려고’ 건너왔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로 건너와 아버지는 정원사로, 어머니는 청소 일을 했다. 나도 방과 후엔 일을 거들었다.”

3남 3녀 중 장남인 그는 이민살이의 고단한 짊을 부모와 함께 져야 했다. 그에게 장애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박 씨는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 자원봉사는 나의 삶

첫 직장은 돈 잘 버는 번듯한 곳이 아니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의 한인봉사회와 한인건강센터에서 자원봉사에 나섰다. 주변에선 “실없이 왜 저런 일을 하느냐”며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다.

“1970년대 후반엔 이민 가족들 가운데 남편에게 매 맞는 여자들이 많았다. 학대받고 가출한 여자들을 YWCA에 데려다주고 이들이 독립해서 살 수 있는 길을 가르쳐줬다.”

1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던 그는 한인센터 맞은편 전화국에서 일하게 된다. AT&T의 지역 전화회사인 ‘퍼시픽텔레폰’사였다. 그곳에서 26년 동안 마케팅과 전산 및 지원업무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쳤다. 직급이 올라가면서 홍보국장까지 지냈다.

직장 일을 하면서도 그는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을 계속했다.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 노인국과 교통국에서 자문위원을 지내면서 한인사회 장애인과 노인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하기 위해 55만 달러의 지원비를 따내기도 했다.

박 씨는 2002년 한인상가가 밀집해 있는 오렌지카운티 가든그로브 시에서 시의원에 도전했다. 미국에서 3번째로 한인상가가 큰 곳이었지만 그는 백인 후보에게 1500표 차로 졌다. 26년 통신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6년 전 조기 퇴직한 그는 오렌지카운티의 지역은행인 농상은행(Farmers and Merchants Bank) 가든그로브 지점의 부지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 장애인 경제적 자립에 힘 보탤 것

그는 지역선거가 있으면 민주당을 지원하는 자원봉사를 거르지 않는다. 그를 국가장애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한 사람은 가든그로브 시의 연방하원의원인 로레타 산체스 씨(민주). 박 씨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기대가 누구보다도 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는 없던 장애인전담 보좌관 자리를 신설했다. 5400만 명 미국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 3년 임기인 국가장애위원회 위원은 차관보급의 비상근직으로 대통령에게 장애인 권익보호를 위한 자문을 하게 된다. 박 씨는 농상은행 부지점장은 계속 맡는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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