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학교 학생-학부모 110여명 20개월만에 백두대간 완주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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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가 걸린 백두대간 산행을 마치고 12일 진부령 앞에서. 사진 제공 이우학교
2년여가 걸린 백두대간 산행을 마치고 12일 진부령 앞에서. 사진 제공 이우학교
“산행 전에는 아이와 아침에 잠깐 공부 얘기만 했는데 산을 함께 타면서부터는 자연과 진로에 대한 얘기까지 하게 됐습니다.”

2년여에 걸쳐 백두대간 산행을 아내와 아들 종민(16) 군과 함께 한 이규인(48·회사원) 씨는 12일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의 마지막 구간을 마친 뒤 “자연을 배웠고 무엇보다도 ‘대화’를 배웠다”고 말했다.

가족의 백두대간 산행은 2004년 11월 대안학교인 경기 성남시 이우학교의 한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끈기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자며 제안한 것이 출발점이 됐다.

제안에 공감한 110여 명이 모여 지난해 3월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중고등학생 60여 명과 학부모들로 구성된 ‘백두대간 동아리’가 자발적으로 조직된 것.

이들은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이어진 백두대간을 40여 개 구간으로 나눠 주말마다 산행을 했다. 금요일 밤 12시 경기도에서 출발해서 토요일 새벽에 산 아래 도착해 산행을 시작한 뒤 12∼20시간 동안 산을 타는 것을 계속했다.

지난해 경북 문경시 조령산 부근 삼두봉을 지날 때는 눈이 많이 내려 아주 힘들었다. 선두와 후미가 떨어진 상태에서 눈보라 때문에 발자국마저 지워져 중학교 1학년생과 여학생들이 길을 잃었다.

날이 어두워졌지만 미리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들이 ‘구조대’를 구성해 서너 시간 이상 헤매며 눈 속에서 추위에 떠는 아이들을 찾아 데려왔다.

5월까지 부모와 함께 산행을 했던 도재현(18) 군은 “주중에 가족과 함께 산행을 준비하고 또 주말에는 산을 타면서 평소 부모님께 말하기 힘든 학교 친구들 이야기, 개인적인 갈등을 부모님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2일 마지막 구간을 마친 56명의 학생과 학부모는 산 밑에서 하산제를 지내고 학교로 돌아와 올해 3월부터 백두대간 산행을 새롭게 시작한 ‘2기’ 후배들이 열어주는 파티를 즐겼다.

이들은 ‘산지보전협회’의 지원을 받아 백두대간 산행 기록, 자연훼손 사진 등이 담긴 자료집도 12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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