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 안에서 수줍게 웃는 푸른 눈의 신부가 이곳을 찾은 휴일 나들이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던 것.
한국인 신랑과의 맞절 도중 기우뚱대며 주저앉는 신부의 모습에 주변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지만 신부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천생배필의 인연’을 확인하는 의미로 부부가 표주박 잔에 술을 나눠 마시는 것으로 혼례식은 끝났다.
푸른 눈의 신부는 성균관대 대학원 유학과 석사 과정을 마친 독일인 바바라 발(28) 씨. 발 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이동명(32) 씨 역시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아 둘은 ‘캠퍼스 커플’이다.
이들은 2004년 대학원 ‘맹자(孟子) 스터디’ 모임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 나갔다.
발 씨는 “일반 결혼식장에서 하는 결혼식은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절을 하며 존경하는 마음을 진실하게 표현하는 전통 혼례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중국 베이징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1999년으로 당시 발 씨는 1주일간 한국을 방문하며 청명한 날씨와 한국인의 친절에 반했다. 이후 그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석사 논문을 준비하던 중 유학사상가에 대한 원전 연구가 활발한 한국으로의 유학을 결심했다.
발 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난 직후 국제교육진흥원 장학생으로 한국을 찾았고 2003년 9월 성균관대 대학원 유학과에 입학했다.
발 씨는 “대학에서 일본 및 중국문화를 전공했고 고교 때는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는 등 평소 동북아시아 3국에 관심이 많았다”며 “유교철학이 한국 중국 일본의 사상적 기반이기 때문에 이들 세 나라 문화가 공유한 철학이라는 점에서 애착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유교철학에서 강조하는 성찰과 반성은 나 자신을 성숙하게 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발 씨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한국 사람들의 정(情)에 감동했다. 혼수까지 일일이 챙겨 주는 선후배들 덕분에 그는 마치 고향에서 결혼하는 것처럼 느꼈다.
발 씨는 남편 이 씨와 함께 3월부터 성균관대 대학원 유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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