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택시기사 “난 베스트 드라이버”

  • 입력 2003년 1월 17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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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극복하고 택시 운전사로 취직한 휠체어 장애인 전재수씨(가운데)와 1급 장애인 문성운씨(오른쪽), 그리고 이들을 채용한 김종태 사장. -여수=정승호기자
장애를 극복하고 택시 운전사로 취직한 휠체어 장애인 전재수씨(가운데)와 1급 장애인 문성운씨(오른쪽), 그리고 이들을 채용한 김종태 사장. -여수=정승호기자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따뜻이 감싸준 주위 분들이 고마울 따름이죠.”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는 1급 중증 장애인 전재수(田在洙·50), 문성운(文聖雲·43)씨는 지난해 12월 23일 전남 여수의 택시회사인 (유)한일교통에 운전사로 취직한 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실의와 좌절 속에 살아온 전씨와 문씨는 요즘 꿈에도 그리던 어엿한 직장을 구해 사회생활을 한다는 자부심 때문에 힘든 택시운전사 일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하반신을 쓸 수 없어 ‘핸드 브레이크’ 등 특수장비가 부착된 택시를 몰지만 능숙한 운전솜씨로 동료들은 물론 승객들로부터 ‘베스트 드라이버’라는 칭찬도 자주 듣는다.

전씨는 운전석에 오를 때 비닐로 된 소변주머니를 반드시 준비한다. 한번 운전대를 잡으면 내려서 소변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전씨는 “불편하지만 그래도 운전대를 잡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들이 이런 행복을 거머쥐기까지는 남모를 고통을 겪었다.

전씨는 13년전 공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가장이었으나 어느날 갑자기 척추 이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했다. 1992년 2종 운전면허를 딴 그는 1종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운전학원을 찾아다녔지만 특수장비를 갖춘 차량이 없어 연습도 하지 못한 채 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러야 했다. 3번의 낙방 끝에 2001년 7월 1종 면허를 딴 그는 내친김에 택시운전면허까지 취득했다.

하지만 그가 지원한 택시회사들은 “‘휠체어 운전사’는 전례가 없다”며 채용을 거부해 상심의 나날을 보내야했다.

세 살때 소아마비를 앓은 후 목발에 의지하며 살아온 문씨는 여수에서 10년간 금은방을 운영하다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전 재산을 날렸다. 실의에 빠져 있던 문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전씨로부터 택시운전면허 취득을 권유받고 지난해 11월 면허를 땄다.

두 사람이 택시운전사로 ‘전격 채용’된 것은 한일교통 김종태(金鍾兌·44) 사장과 유상종(柳尙鍾·51) 전무의 덕분이었다. 평소 장애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던 김 사장과 유 전무는 전씨 등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들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김 사장은 “두 사람이 워낙 성실하고 부지런해 앞으로 장애인 운전사를 더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씨와 문씨의 꿈은 여느 택시 운전사들처럼 무사고 운행을 하면서 개인택시를 갖는 것이다.

전씨는 “비장애인과 똑같이 일하고 대접받는다는 게 무엇보다 뿌듯하다”며 “첫 월급을 받는 날 사장님과 동료 기사들을 초대해 삼겹살 파티라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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