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돌아온 소똥구리[동물학 개론/김영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7일 2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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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60년 전인 1960년대까지만 해도 개천이 흐르고, 소가 풀을 한가롭게 뜯고 있는 곳이면 소똥구리들이 바글바글 모여들어 소똥을 동그랗게 빚은 후 여기저기로 굴리고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김영중 국립생태원 복원연구실 곤충·무척추동물팀장
김영중 국립생태원 복원연구실 곤충·무척추동물팀장
하지만 1960년대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과 맞물려 소고기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구충제와 농약 사용이 크게 늘었고, 방목 축산에서 공장식 축산으로 전환되면서 소똥구리 입장에서의 소위 ‘철저한 서식지 파괴’ 조건이 단기간에 갖춰지게 되었다. 그 결과 소똥구리는 급속히 사라졌으며 공식적으로 1969년 8월 서울 수유동에서 채집된 개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2018년 환경부는 소똥구리를 우선적으로 복원해야 할 종으로 지정하여 복원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간의 연구 진척을 통해 서식지 방사를 할 수 있는 가시적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소똥구리를 다시 우리나라에서 살게 할 필요가 있을까? 멸종해 온 생물들이 대개 그렇듯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라지는 것인데 그를 거슬러 되살릴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화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 소똥구리가 사라진 과정이 정말 자연의 섭리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산업화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전 세계 환경 이슈는 분명 자연의 섭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 사는 모든 생명체와 사물은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자연스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가축의 분변은 소화가 끝난 폐기물이지만 생산자인 식물 입장에서는 필요한 양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분 덩어리가 지면 위에 그대로 방치되고 누적되어 간다면 기생충과 파리 같은 위생해충이 대거 발생할 수 있고 영양물질이 빗물을 통해 하천으로 흘러들어 우리가 마시는 물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소똥구리의 역할은 분변이 지면 위에 방치되지 않도록 분해해 주고 식물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토양 속에 골고루 섞어 주는 것이다. 식물이 더 잘 자라게 됨으로써 온실가스 감소에 기여할 수도 있다.

어렵게 소똥구리를 복원시켰지만 우리의 환경이 그대로라면 소똥구리는 얼마 못 가 다시 멸종하고 말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친환경, 동물복지에 대한 필요성에 따라 방목생태축산농장이 증가하고 있어 소똥구리의 서식 환경이 과거 1960년대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똥구리는 다른 멸종위기종들과 달리 그 서식지가 인간이 사육하는 가축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복원 사업 및 복원 과정도 다른 멸종위기종들과 상이하다. 관계기관 간 협조와 국민의 관심이 바탕이 되어야 복원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를 포함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서식지에서 소똥구리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김영중 국립생태원 복원연구실 곤충·무척추동물팀장


#복원 연구#돌아온 소똥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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