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군 위안부 문제, 처음부터 외교로 풀어야 했다

동아일보 입력 2021-04-23 00:00수정 2021-04-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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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1일 일본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서울중앙지법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황당하다.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겠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법원이 2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3개월 전 소송 주체만 다른 같은 사안에서 배상 판결을 내린 것과는 정반대의 판단이다. 아직 1심 판결이지만 이번 결정은 위안부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일본 정부는 “적절한 판결”이라며 한국에 전향적 제안을 요구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위안부 문제는 사법 판단의 문제가 아닌 정부 간 외교의 문제라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위안부 문제는 소송이 아닌 외교적 교섭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 원칙에 따른 결정이다. 3개월 사이 180도 달라진 법원 판단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방치됐던 외교적 노력을 재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작금의 한일관계는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전임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부정하며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 나아가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일본은 수출 규제 조치로, 한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카드로 맞서기도 했다. 이후 한일 간 소통이 간헐적으로 이어졌지만 성과를 보지 못한 채 3개월 전 일본 정부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나오면서 외교적 노력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정부는 올해 들어 한일 위안부 합의가 ‘공식 합의’임을 새삼 강조해 왔다. 법원도 이번에 한일 합의가 “외교적 요건을 구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 합의에 입각해 피해자 구제조치부터 나서는 한편 일본 측과의 다각적 소통으로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일 갈등의 뿌리는 부끄러운 과거를 부정하려는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있다. 기존의 고압적 태도를 계속 고수한다면 양국관계 개선은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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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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