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해산물 싹쓸이[횡설수설/김영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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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이 회를 먹기 시작하면 횟감용 활어가 남아나지 않을 거다”라는 농담을 흔히 듣는다. 실제로 현대 중국 요리에서는 날생선 메뉴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 옛 문헌에는 생선회를 즐기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시경에는 구운 자라와 생선회 얘기가 나오고, 맹자에는 ‘인구(人口)에 회자(膾炙·회와 구운 고기)된다’는 표현이 나온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1037∼1101)는 복어회를 목숨과 바꿀 가치가 있다고 극찬했다.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를 도우러 온 명나라 군인들이 생선회를 먹는 조선인을 보고 비웃었다는 얘기가 ‘어우야담’에 등장한다. 그 무렵엔 중국 요리에서 생선회가 사라졌음을 추측하게 하는데, 이를 14세기 전염병 확산과 연관짓는 시각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식탁에 초밥이나 생선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발 더 나가 물류체계 개선으로 내륙지역에 냉동 및 신선 해산물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중국이 전 세계 바다에서 해산물 싹쓸이에 나섰다. 중국의 해산물 소비량은 세계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 정부는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으로 1만7000척 규모의 원양어선단을 지원한다. 이들이 아시아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남미 해역까지 진출했다. 종종 항로표지용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국제 수역과 각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을 벌인다. ‘인해전술식’ 어업선단의 싹쓸이가 도를 넘다 보니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불법 조업을 눈감던 남미 국가들도 국제 공조를 통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어업인 단체 ‘우리바다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원회’가 그제 포항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으로 동해안 수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단속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7년 만의 오징어 풍년이라는데 중국 어선 1000여 척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한 뒤 어획량이 급감했으니 어민들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중국 어선들은 4년 전 인천 옹진군 EEZ를 침범했다가 단속에 나선 우리 해경 고속단정을 고의로 받아 침몰시킨 적도 있다.

▷해양보호단체 오세아나에 따르면 중국 선단 300척은 최근 생태학적으로 민감한 수역으로 조업 자체가 금지된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도 한 달간 머물렀다고 한다. 종(種)의 기원을 탐구한 찰스 다윈의 비글호 탐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일 것이다. 3년 전 이곳에 머물던 중국 선박 안에선 냉동상어 약 6000마리가 발견됐다. 국제규범을 무시한 채 쌍끌이 어선으로 치어까지 남획하는 중국 선단들을 그대로 뒀다간 어족 자원마저 고갈될 우려가 크다. 중국인의 입맛 변화가 전 세계 해양 생태계에서 종의 균형을 깨뜨릴 위기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
#중국#해산물#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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