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3개월 만에 경상수지 적자… ‘수출 한국’마저 흔들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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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부처 장관들이 경제동향을 점검한 자리에서 2012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8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오던 경상수지가 4월에 소폭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4월 경상수지 통계는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할 예정인데 정부가 미리 적자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상품 무역과 서비스 등을 통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보다 국내에서 빠져나간 돈이 더 많다는 뜻인데 4월에 적자를 보이는 것은 반도체 등 수출 실적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에 대한 배당금이 4월에 지급된 일시적 요인도 작용했다.

어제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우리 경제가 2분기 이후에는 플러스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미중무역 전쟁 심화에 따라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이유였다. 지금 우리 경제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향후 더 나빠질 것에 대비해 금리를 더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로 수출은 경제의 버팀목이다. 수출 악화로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이면 외화가 빠져나가 외환보유액이 줄고, 외환시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구나 우리의 수출 대상 1, 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 간 무역전쟁이 장기전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경상수지 적자 상태가 오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단기적으로는 수출금융 지원 확대 등을 통한 총력전을 벌이고 중장기적으론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살리는 것 이외에는 해답이 없다. 반도체 국제 경기가 좋아지는 상황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이를 대체 보완할 주력 산업을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 확대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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