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결국 삐라 막으려고 그동안 ‘대화 쇼’ 벌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우리 정부가 오늘 열자고 북한에 제안했던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북의 거부로 무산됐다. 북은 어제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이 법적 근거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방임하고 있다며 고위급 접촉을 개최할지, 삐라 살포에 계속 매달릴지는 남측 선택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북이 대북 전단을 트집 잡아 남북이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을 깬 것은 유감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로부터 “남북관계에 좋지 않으니 풍선을 보내는 일이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우리가 자유 사회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없다. 안타깝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것이 진실이다.

북은 8월 11일 우리가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의하자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이달 4일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핵심 실세 3인방을 통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회담을 갖자고 했다. 우리가 30일 접촉하자고 날짜를 명시하자 뜸을 들이다 우리에게 회담 무산의 책임을 떠넘겼다. 회담을 무기 삼아 대북 전단을 차단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북한 3인방의 남한 방문 이후 남북관계는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투와 대북 전단 풍선을 겨눈 고사총 발사 등으로 롤러코스터처럼 출렁거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어제 한국과 미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조치에 대해서도 ‘반민족적 범죄 행위’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함경남도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시설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도발의 발톱을 숨기지 않는 북에 대화의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북의 협조 없이는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실천하기도 어렵고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의 첫 삽을 뜨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북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다고 해도 정부는 차분하게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북 전단#삐라#남북관계#드레스덴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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