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안전 톡톡]‘콩나물시루’ 유치원차, 미로같은 상가… 사고 생각하면 아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화재대피훈련 한번도 안하는 학교… 한국인들 무신경 신기해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 세월호 참사의 그늘이 너무 짙다. 대한민국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눈물이 속절없이 흐른다. 하지만 마냥 슬퍼만 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안전한 대한민국’의 토대를 굳건히 쌓아야 한다. 또 다른 위험지대를 찾고 대형 사고의 전조 증상을 알아내야 한다. 그것만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는 길이다.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하며 불안을 느끼는 ‘지점’을 물었다. 외국인에게는 대한민국의 안전지수를 물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의 안전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대형 사고 예방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오피니언팀 종합 》
“다중시설 가기가 겁이 난다”

―20층 이상 고층 건물에는 가기 싫다. 화재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사다리차 높이가 기껏해야 15층까지 가지 않나. 외국에서는 ‘피난층’이라는 구역을 만들어 대비한다는데, 우리는 이런 조치가 마련돼 있는지 모르겠다.(34·여·IT회사 근무)

―서울역 바닥이 약간 내려앉았는데, 이러다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많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왼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오래전부터 들었다. 철도시설공단이 “서울역 바닥이 붕괴할 우려는 없다.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36·회사원)

―서울 송파구에 사는 사람이다. 고층으로 올라가는 제2롯데월드도 불안하고, 석촌호수 물이 줄어드는 것도 걱정이다. 정부는 진짜로 제2롯데월드 시공이 괜찮아서 허가를 내준 것인지 궁금하다. 대형마트 지하에 버킷을 받쳐 놓은 모습만 봐도 누수 현상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심장이 두근거린다.(62·여·주부)

―멀티플렉스 극장은 안전에 취약하다. 영화 상영 전에 대피 요령 안내가 나오긴 하지만, 실제로 불이 나면 제대로 대피가 될지 모르겠다.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관객이 스스로 비상구를 찾아 탈출하라는데, 미로와도 같은 통로를 지나 탈출하는 게 가능하겠는가?(47·여·무역회사 근무)

―동대문 지하상가에 가보면 천이나 실처럼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가 나오는 물건이 쌓여 있다. 폭이 1m 될까 말까 한데, 사고가 나면 대피가 가능하겠는가. 게다가 통로가 미로처럼 얽혀 있어 방문객들은 출구가 어디인지 잘 모른다. 위급 상황에 사람들이 엉키면 대형 참사가 날 우려가 있다.(29·여·의류회사 근무)
“아이 안전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원칙”

―아들이 네 살인데, 어린이집 야외 활동을 함께 가기 위해 승합차를 탔다가 기겁했다. 2명이 앉을 공간에 아이 4명을 앉히더라. 안전벨트도 매 주지 않았다. 30분 이상 가는 거리라 불안했지만 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항의를 못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찔하다.(38·여·주부)

―유치원 셔틀버스 안전벨트 문제는 여러 번 지적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오전 9시만 되면 동네에 여기저기 셔틀버스가 다니는데, 유아들을 카시트에 앉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바로잡아야 한다. 부모들이 강력하게 시정을 촉구해야 한다.(40·여·잡지사 근무)

―부모들도 의식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이 카시트나 안전벨트가 답답하다고 투정을 부리면 바로 풀어준다. 무릎에 앉혀 그냥 가는 경우도 많다. 아이가 편하자고, 부모부터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누가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겠나.(34·여·프리랜서)

―미국에서 1년간 살았는데, 아이들 통학 버스를 보호하는 교통 문화에 감동을 받았다. 통학 버스가 아이 승하차를 위해 정차하면 모든 차량이 멈춰야 한다. 경적을 울리는 차량도 없다. 이를 어기거나 먼저 출발하면 처벌을 받는다. 우리도 이런 문화가 필요하다.(42·여·주부)

―선진국에서는 홀로 아이들을 집에 두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혼자 집에 있다가 안전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부모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고 한다. 어린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를 배워야 할 것 같다.(44·여·주부)

―학교 주변에서 공사를 하는 경우 뒷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때가 많다. 깨진 벽돌, 병 등이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거나 심지어 공사하다 남은 산업폐기물도 보인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 다칠 수도 있고, 자칫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35·여·주부)
“돈벌이와 공무원 나태행정에 안전은 뒷전”

―공무원 등 담당자들이 안전 규정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설비를 구매할 때 5000만 원짜리 품목을 8000만 원으로 부풀려 구매하는 식이다. 공정한 경쟁 입찰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물품을 구매하면 사고가 날 확률도 커질 것이다.(50·자영업)

―지하철 방독마스크는 사고가 나면 쓰라고 비치해 놓은 것이다. 하지만 몇몇 지하철 역에 가보면 방독마스크가 엉뚱한 장소에 진열돼 있다. 전철이 지하 8층에 도착하는데, 방독마스크가 지하 1층에 있는 경우도 있다. 방독마스크가 진열용인가?(44·회사원)

―건물 엘리베이터의 안전점검 절차가 형식적이다. 자영업자들이 입주해 있는 한 낡은 빌딩 엘리베이터의 경우 내릴 때마다 심하게 출렁거렸다. 안전 점검을 받은 뒤에도 고쳐지지 않고 똑같이 덜컹거렸다. 공무원이 검사 시늉만 한 게 아닌가.(52·자영업)

―중국인들이 일부러 원정을 올 정도로 우리나라는 운전면허 따기가 쉽다. 나 또한 면허시험에서 두 번이나 실격요인을 범했는데, 감독관이 그냥 합격시켜 줬다. 당시에는 기분이 좋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우리나라 교통안전이 위험할 수밖에 없다.(24·여·대학생)

―최근 세종시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철근 부실공사 사실이 밝혀졌다. 보수를 한다 해도 안전이 확보될지 미지수다. 이런 일이 신도시 아파트가 건축될 때마다 생겼다.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건축해서도, 관청이 그냥 넘어가서도 안 된다.(34·자영업)

―광역버스가 3차로 도로에서 2차로에 그냥 정차하는 걸 많이 본다. 택시들이 3차로에 많아 그럴 수도 있지만, 버스가 정차 시간을 아끼기 위한 측면도 크다. 승객들은 달리는 차 사이를 뚫고 버스에 올라야 한다. 위험천만한 상황이다.(23·여·대학생)

―고속도로가 아우토반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한밤중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사이를 지나가며 휙휙 추월하는 ‘칼치기’라는 게 있다고 한다. 가해 차량도 위험하지만 추월당한 차가 급정거를 하다 연쇄 추돌 사고가 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24·여·회사원)
“안전의식 없는 ‘무개념’이 문제”

―선팅을 짙게 한 관광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며 노는 모습을 가끔 본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제지하지 않는 버스 기사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자만하는 안일한 승객이 더 문제다.(52·자영업)

―소방법에 아파트 비상통로, 옥상 등을 개방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비상통로는 짐칸이 됐고 옥상은 위험하다고 자물쇠로 잠가 놓는다. 우리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층층이 자전거와 묵직한 상자 등이 많다. 화재 사고가 나서야 짐을 치울 셈인가. 답답하다.(44·여·주부)

―지하철의 문이 닫히는 순간 누군가 몸을 날리듯이 탑승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다행히 다시 도어가 열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그러면 또 누군가 몸이 낄 것 같은 상황인데도 후다닥 들어오더라. 급해서 그러겠지만 사고로 이어지면 어쩌려는지 모르겠다.(29·취업준비생)

―건물 개조, 증축 등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세 들어 살던 집은 지은 지 10년 된 2층 건물이었다. 그런데 1층에 입주한 세탁소가 문을 만든다며 가로 2m, 세로 1m의 구멍을 뚫었고, 집주인은 한 개 층을 더 올렸다. 안전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는 행동이 아닌가.(50·여·주부)

―아파트를 구하려고 부동산에 갔다. 추천하는 아파트가 내진설계가 됐는지를 물었는데, 부동산중개업자는 왜 그렇게 깐깐하게 구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안전을 위해 당연히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인데,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는 현실이다.(49·여·주부)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중 재난 경보 벨이 울린 적이 있다. 미국인들은 황급히 맨발로 뛰쳐나왔다. 한국인들은 다들 가방 챙기고, 여유만만하게 나왔다. 나 또한 왜 이런 일로 호들갑이냐며 외국 친구들을 이상하게 봤는데,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든다.(30·여·공기업 근무)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안전지수는

―2006년부터 3년간 한국 고교에서 가르쳤는데, 한 번도 화재대피훈련(fire drill)을 하지 않았다. 선생님, 학생, 교직원 모두 대피훈련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았다. 미국에선 학교에서 최소한 두 달에 한 번 이상 정식으로 훈련을 한다.(32·여·미국·대학강사)

―한국에선 오토바이가 인도 위를 달린다. 특히 시골에서 더 그렇다.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미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한국에서는 응급차량이 우선통행권을 받는 것을 본 적이 없다.(36·미국·회사원)

―동료 선생이 두 명의 학생을 자동차 사고로 잃었다. 차들은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고, 학생들은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지 않는다. 예컨대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 같은 것을 교육해야 한다.(36·영국·교사)

―오토바이가 자동차 사이를 오가며 질주하는 것이나 인도로 다니는 것은 싱가포르에선 모두 금지돼 있다. 종교적인 이유를 빼면 탑승자에게 헬멧도 필수다. 승용차들도 시내에서는 평균 시속 50km를 넘어선 안 된다. 이런 원칙들이 한국에는 없다.(23·여·싱가포르·대학생)

―한국 택시 타기가 무섭다. 일본에서도 한국 택시는 난폭 운전으로 유명하니 택시 타는 걸 가능한 한 자제하라는 말이 있다. 과격한 운전 방식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떨어뜨릴 정도다. 급하게 끼어드는 운전으로 깜짝깜짝 놀란다.(25·여·일본·대학생)
#안전지수#안전의식#세월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