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전 비리로 폐업하는 JS전선의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LS그룹이 원전(原電) 부품비리 사건을 일으킨 계열사 JS전선㈜을 폐업한다. JS전선의 대주주들은 사재 212억 원을 내놓아 JS전선의 시중 주식 전량을 공개 매수한 뒤 상장폐지하고 모든 사업을 접기로 했다. LS그룹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JS전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마무리되는 대로 법인청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JS전선은 신고리 원자로 1, 2호기 및 신월성 1, 2호기에 수년간 불량 제어케이블을 납품했다. 올여름 완공 예정인 신고리 3, 4호기에도 불량 케이블을 납품하는 바람에 밀양 송전탑을 통해 전기를 보내는 이들 원전의 가동이 6개월∼1년 늦춰졌다. 모기업인 LS전선 등 8개사와 담합해 입찰단가를 올린 사실도 드러났다. 이로 인해 한수원이 입은 피해는 4조 원이 넘는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인 원전에 대한 국민 신뢰도 추락했다.

이번 일은 위법행위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무리 영업실적이 좋아도 비윤리적 행위로 소비자와 사회의 신뢰를 잃으면 지속 가능할 수 없다. 기업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은 갈수록 강조되는 추세다. 기업이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 개념도 확산되고 있다.

한수원은 JS전선에 대해 새 케이블 교체 공사비, 전기판매 손실액 등 1조700억 원의 배상만 청구했을 뿐 원전 가동 지연에 따른 원가 손실 3조 원은 제외했다. 총자산이 2000억 원에 못 미치는 JS전선으로서는 1조 원의 배상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수원이 1조 원을 청구한 것은 ‘LS그룹에도 책임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LS그룹이 1000억 원의 원전 안전 연구개발지원금 출연 의사를 밝힌 것도 사태가 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기업의 ‘꼬리 자르기’식 책임 회피도 안 되지만 책임의 범위를 무한정 확대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주식회사의 유한책임 원칙’을 바탕으로 책임 소재를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 책임져야 할 기업은 JS전선만이 아니다. 성능시험업체인 새한TEP는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JS전선의 불량 케이블을 합격품으로 둔갑시켰다. 한전기술 간부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눈감아 줬다. 한수원 간부들도 위조를 알면서 납품받았다. 책임의 경중을 따져 철저히 문책해야 재발 방지 대책도 의미가 있다. 원전 비리의 근본 원인은 부품 공급 구조의 폐쇄성 때문이다. ‘원전 마피아’의 뿌리를 뽑아야만 원전 비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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