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이든 남이든 개성공단 흔들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지난달 30일 남북관계가 전시 상황에 돌입했다고 선언한 북한이 급기야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우리 언론이 ‘북한은 외화 수입의 원천인 개성공단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을 두고 “공화국(북한)의 존엄을 모독했다”고 발끈했다. 북한은 “남반부(한국) 중소기업의 생계가 달렸고 그들의 기업이 파산되고 실업자로 전락할 처지를 고려해 극히 자제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123개 개성공단 입주업체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어제 모임을 갖고 소모적 정치논쟁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상황 때마다 존폐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호소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도 남북갈등이 벌어지면 개성공단을 폐쇄해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기업들에게는 부담이다.

개성공단은 북한에 시장경제의 가치를 전파하고 북한 주민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남북 화해와 협력을 열어가는 소통의 장이다. 일방적으로 현금을 건네주는 금강산 관광과는 차원이 다른 남북협력의 모델이다. 5만4000여 명의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중 생산성과가 좋은 근로자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초코파이가 시장경제의 우수성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긴장이 고조됐을 때도 일자리를 잃을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며 더 열심히 일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 정부는 대북 강경책을 쓴 이명박 정부 때도 유엔의 대북제재나 5·24 대북제재 조치와 관계없이 개성공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통행·통관·통신 등 3통(通)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 브랜드를 활성화하는 등 개성공단 국제화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비핵화 노력과 대북 억제력 강화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민간 교류와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투 트랙’ 접근법에 따른 것이다.

군(軍) 통신수단을 차단한 채 개성공단을 운영하는 건 비정상적이다. 북한은 남북 모두의 이익이 걸린 개성공단을 위해서라도 대남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 매일 북한 군부가 관리하는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800여 우리 근로자와 개성공단 체류 기업인의 안전 보장 없이는 개성공단의 안정적 유지는 어렵다.
#남북#개성공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