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진핑 특사, 北 미사일 제동 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리젠궈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특사로 어제 평양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앞으로 북-중 관계를 좌우할 중요한 외교 행보다. 북한은 현재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리 위원이 김정은에게 반대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지 않으면 북한은 중국의 묵인을 받았다고 판단해 발사 실험을 강행할 개연성도 있다. 북한이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내년 출범할 한국 차기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은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

시 총서기는 취임 2주 만에 리 위원을 평양에 보냈다. 시 총서기가 2008년 3월 국가 부주석에 오른 뒤 3개월 만에 첫 순방국으로 북한을 선택했던 과거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 막 권력을 잡은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에 특사를 보내면서 낡은 혈맹을 강조하는 의례적인 대화에 만족한다면 그가 중시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시 총서기는 1978년에 시작된 개혁개방의 성과를 민생 현장에서 체험하며 중국을 이끄는 지도자로 부상했다. 곧 집권 1주년을 맞는 김정은에게 국가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시 총서기는 리 위원의 평양 방문을 북한을 정상 국가로 유도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3차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4월 13일 발사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북한은 평화적 목적의 우주 개발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두 차례 핵실험을 한 북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다. 장거리 로켓에 핵폭탄을 탑재하면 핵미사일이 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 1718호와 1874호를 통해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종류의 로켓 발사도 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올 4월에는 안보리가 북한이 로켓이나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거나 3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도 모든 안보리 제재 결의에 동참했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포기를 촉구해야 한다. 시 총서기가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지 못하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크게 손상되고 국가적 자존심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존재감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시 총서기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움으로써 집권 내내 북한의 못된 행동에 끌려다니는 사태를 자초하지 말기 바란다.
#시진핑#북한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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