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의 ‘인생 90년’ 고령사회대책에 담긴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4일 03시 00분


일본 정부가 11년 만에 ‘고령사회대책 대강’을 개정한다. 1995년 제정된 고령사회대책기본법에 따라 1996년 처음 마련된 ‘고령사회대책 대강’은 노인에 대한 시혜적 복지대책이 중심이었다. 2001년엔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고령자가 일할 수 있도록 고용과 취업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으로 대폭 수정했다. 이번에 개정된 ‘대강’은 노인에 대한 정의를 바꿨다. 65세 이상은 ‘부양받는 대상’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인생 90년 시대’를 전제로 근로의욕과 능력을 가진 고령자들의 취업을 적극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2006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노인인 사회에서 노동력은 줄어들고, 재정수입은 감소하며, 성장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겪고 있는 만성적 경기침체의 이면에는 부동산 거품 붕괴와 함께 생산력과 구매력이 없는 노령인구의 급증, 노인부양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의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65세 이상이 노인’이란 개념은 평균수명이 50세 미만이던 19세기 후반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사회보험제도를 마련하면서 정착됐다. 당시 여건에서 65세는 현재의 90세로 보아도 무방하다. 일본의 새로운 ‘대강’은 이런 낡은 기준에 더는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우선 고령자의 취업 확대를 위해 65세 정년을 보장하는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할 계획이다.

성균관대 하이브리드컬처연구소의 보고서는 한국인 평균수명이 80.1세(2008년)이고 2040년에는 89.38세가 된다고 예측했다. ‘인생 90세’는 우리 눈앞에도 닥친 현실이다. 60세에 은퇴를 하면 그로부터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준비가 잘된 30년은 축복이지만 준비 없는 30년은 개인에게는 가난 고독 질병의 3고(苦)가 짓누르는 재앙이고 사회에는 부담이다.

요즘은 70대라도 50, 60대 못지않은 원기와 활력을 보여주는 사람이 많다.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는 학력 수준도 높고 산업화 경험이 풍부하다. 이들이 자기 몫을 다하며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같은 ‘노인’이라도 정신적 육체적 건강의 연령은 다 다르다. 노인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정년 연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사설#일본#일본 고령화#고령사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