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박주연]짧았지만 행복했던 ‘IT 봉사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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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최고의 수익을 내거나 신기술, 신제품으로 사회의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을 존경했고, 그 기업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우리는 흔히 돈을 잘 버는 기업이 훌륭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4.0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기업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됐다. 단순히 기업이 번 만큼 사회에 환원하라는 식이 아니다. 빈부 격차 확대, 일자리 질 하락 등의 사회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외된 계층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로 이 문제를 기업들이 함께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진 만큼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삶의 질이 높아진 만큼 혜택을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하는 사람 간의 격차가 커지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에는 분명 대외홍보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면에는 분명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뒷받침됐을 것이다. 광고홍보를 전공하고 있는 입장에서 기업의 CSR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직접 기업의 CSR 활동을 체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KT IT서포터스’에 지원했고, 10일간의 짧지만 굵은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정보기술(IT) 봉사는 IT 발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에게 IT 지식 나눔을 하는 활동이다. 흔히 봉사라고 하면 육체노동을 떠올리기 쉽다. 나 역시 그랬고, IT 지식나눔 활동이 신선하게만 느껴졌다.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활동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 교육이었다.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사진을 보내는 일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낯선 일이다. 특히 문자를 보내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고 어렵게 느껴지셨을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자 모두들 열정적으로 문자 보내는 연습을 하셨다. 거의 모든 분들이 자식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사랑해’라는 문자였다. 한자 한자 자판을 누르는 동안 어르신들의 입가에 피는 미소가 내 마음을 정말 짠하게 했다. 생각지도 않은 부모님의 문자를 받았을 자식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내가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IT 봉사활동을 하면서 배운 것은 이런 것이다.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큰 기쁨이 되고 행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내가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받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박주연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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