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광청과 탈북자 처리’ 중국의 이중잣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운동가 천광청 씨가 19일 미국행 꿈을 이뤘다. 중국 공안의 감시를 뚫고 산둥 성 시골집을 탈출한 지 27일 만이다. 천 씨는 탈출 직후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해 6일을 보냈다. 미국이 내정간섭을 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던 중국 정부는 태도를 바꿔 천 씨 부부와 자녀 2명의 미국행에 동의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과 미국은 상호 이익과 관심사를 존중하면서 현존하는 문제들을 타당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라며 천 씨의 미국행을 허락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어떤 나라도 시민의 권리를 부정할 수도, 부정해서도 안 된다”고 맞섰다. 천 씨는 이달 3일과 15일 미국 하원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와 외교위원회가 주최한 청문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그가 CECC 청문회를 주재한 크리스 스미스 미 하원의원과 나눈 통화는 CNN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천 씨 문제가 세계적 뉴스가 되면서 중국은 궁지에 몰렸다. G2의 반열에 오른 중국이지만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앞에서 버틸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뉴욕에 도착한 천 씨는 중국 정부에 대해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탈출을 도운 지인과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우려한 발언이다. 중국은 천 씨 가족의 미국 입국으로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믿고 싶겠지만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반체제 인사가 계속 출현할 수밖에 없다. 지구촌이 하나가 된 정보화 시대에 중국이 인권 탄압을 계속하면 곧바로 알려져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게 된다.

천 씨의 미국행을 허용한 중국의 태도는 탈북자 처리와는 딴판이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강제 북송(北送)을 계속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으로 피신한 탈북자의 한국행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지난달 한국에 온 국군포로 백종규 씨의 딸과 손녀는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무려 34개월을 보냈다.

중국의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최근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필리핀을 소국(小國)으로 지칭하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에는 국가적 수모에 가깝게 양보하면서 한국 정부의 요청은 무시하고 탈북자 강제 북송을 계속하는 중국의 태도는 이중 잣대다. 인권은 땅 덩어리 크기로 차별할 수 없는 가치임을 중국 지도자들은 알고나 있는가.
#중국#인권운동가#천광청#후진타오#전략경제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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