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지 포퓰리즘과 싸우려고 사표 낸 보건硏 원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이 “정치권의 복지 논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책연구원장으로서는 소신을 밝히는 데 제한이 많다”며 사임하고 순천향대 교수로 복귀했다. 그는 “복지를 내실화하려면 낮은 복지 지출의 효율을 끌어올려 복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형성한 후 복지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효율은 외면한 채 복지 확대만 경쟁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선거 국면에서 수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지만 공직자 신분을 유지한 채 이를 지적하면 자칫 ‘선거 개입’ 등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날 것 같아 지금이라도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이 뒷받침되는 ‘지속 가능 복지모델’을 강조하는 학자다.

복지시스템에 기생하는 집단을 이른바 ‘복지생태계’라고 부른다. 복지의 효율을 높이려면 복지생태계를 수술해야 한다. 그러자면 고통과 저항이 따른다. 반면 복지 확대는 사탕처럼 달콤하다. 그래서 모두가 복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개혁은 회피하고 ‘나눠주기’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공약을 바탕으로 정책이 확정되고, 비대해진 복지생태계를 먹여 살리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쓸 수밖에 없다.

복지 규모가 우리 경제가 뒷받침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민주통합당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와 반값등록금 주거복지 일자리복지를 묶어 이른바 ‘3+3’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도 민주당 따라가기에 바쁘다. 기획재정부는 여야의 복지공약을 현실화하는 데 필요한 추가 예산이 연간 43조∼6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복지예산 93조 원의 절반이 넘는 세금이 더 들어간다는 얘기다.

재정부는 “이대로라면 국가재정이 재앙에 빠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복지 포퓰리즘에 대처하기 위해 ‘범부처 복지 태스크포스’를 마련했다. 사실 현재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정부 부채가 급증할 상황이다. 국민이 재정으로 부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언젠가 그리스처럼 국가경제의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고도성장기는 끝났다. 저성장시대를 견딜 복지체계를 설계해야 지속 가능하다. 그래야 건강한 국가와 민생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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