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로버트 게이츠와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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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0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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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현대 미국 문학은 단 한 권의 책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톰 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 같은 작품으로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마크 트웨인이 태어난 날이 어제였다. 1835년생이니 벌써 176년 전이다. 어린 시절 소설을 읽은 뒤 잊고 있었던 트웨인의 존재를 필자에게 일깨워 준 사람은 서울국제포럼(이사장 이홍구)에서 만난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이었다.

▷게이츠는 미국 쇠퇴론을 부정하기 위해 트웨인을 인용했다. 미주리 주에서 불우한 유년 생활을 보냈지만 잇따른 소설의 성공으로 유명해진 트웨인은 사망설 실종설 등에 몇 차례 시달렸다. 교통 통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망설이 전국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접한 트웨인은 한 신문 기고를 통해 “내 죽음에 관한 보도는 대단히 과장됐다”고 해명했다. 게이츠는 트웨인의 100년 전 발언을 인용한 뒤 “미국은 모든 힘과 의지, 불퇴전의 각오로 미국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전쟁을 겪은 트웨인은 미국이 제국(帝國)의 길을 걸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격렬했던 시기를 살았다. 미국은 스페인 전쟁(1898년) 필리핀 전쟁(1899∼1902년)을 승리로 이끌고 제국으로 등장했지만 트웨인은 이 같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던 사람이다. 게이츠는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지휘했으며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중앙정보국(CIA)에 들어간 뒤 40년 동안 8명의 대통령을 모신 무관(武官)이다. 그가 반전문호(反戰文豪)의 입을 빌려 미국의 힘을 역설한 것이 흥미롭다.

▷보수와 진보가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안보를 든든히 지켜낸 덕장(德將)으로 칭송받는 사람이 게이츠다. 그는 “공화당 정부에서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을 질서 있게 마무리하고 민주주의·시장경제의 원칙을 보호하는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과의 관계 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했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의 관계 강화가 바로 미국의 국익과 부합하는 정책”이라는 그의 설명은 우리와 이해가 일치하는 대목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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