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減稅 않는 대신 규제 확 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 및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 방안을 철회했다. 야당이 ‘부자 감세(減稅)’로 몰아세우자 여당도 주춤했고 복지 확대로 세금 쓸 일이 많아진 데다 글로벌 재정위기 이후 재정 지키기가 급해졌기 때문이다. 감세론자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당정회의에서 “정책의 일관성 및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해서라도 예정대로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물러섰다.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및 소득세 감세를 약속했다가 반대 논리에 오랫동안 시달렸다. 정치권은 선거 때 세금과 관련한 공약을 불쑥 내놓거나 모든 문제를 세금으로 풀려고 덤비다가 혼란만 일으켰다. 감세를 포함해 정부가 당초에 구상한 세법 개정안대로 하면 내년과 후년 2년 동안 세수(稅收)가 73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감세 철회로 대기업과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게 되면 세수가 2조8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가되는 세수 2조 원은 2013년 정부의 균형재정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 확산을 거울삼아 재정 건전화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

정부는 감세를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고용과 소비를 부추겨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 등 경쟁국의 법인세 인하 추세에 맞춰가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번 감세 철회로 민간의 투자활성화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도 정부가 행정 규제를 실질적으로 풀어줘야 한다. 국무총리실이 지난 2년간 새로 찾아낸 규제는 7000개가 넘는다. 올해는 폐지된 규제보다 신설된 규제가 더 많았다. 몇 년 전부터 막걸리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규제를 대폭 완화해 경쟁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국제경쟁력이 특히 떨어지는 서비스 산업에서 ‘숨어있는 막걸리’를 발굴하려면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과감하게 줄여 실효(實效)가 나타나게 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어제 발표한 2011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42개국 중 24위에 그쳤다. 2007년 11위까지 올랐다가 4년 연속 하락할 정도로 기업 여건이 나빠졌다. 정부 규제를 포함한 제도 부문과 노동시장, 금융시장이 점수를 까먹는 3대 약점이다. 친(親)시장 정부라면 감세에 버금가는 투자활성화 효과가 나타나도록 규제 철폐에 나서야 한다. 규제완화는 공생발전을 위해서도 좋다. 대기업에 비해 규제를 피하는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규제완화의 효과를 더 많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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