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서영수]IT 따라잡기 스트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2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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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따라잡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신형 휴대폰을 산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휴대폰을 바꿔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사도 걱정이다. 금방 더 좋은 휴대폰이 나올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기 때문이다. 카메라도 휴대폰 못지않다. 카메라가 발명된 지 약 170년. 그러나 지금처럼 카메라가 급격한 변화와 진화를 거듭한 적은 없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새 카메라가 나와도 기능 변화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10년 전에 산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새 카메라로 찍은 것을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었다.

정보화와 디지털화가 거의 동일한 의미의 단어가 된 요즘, 디지털 카메라(이하 디카)는 IT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제품이 됐다. 다양한 디카가 쏟아지고 성능도 대폭 개선되면서 몇 년 쓰다 버리는 전자제품과 같은 신세가 됐다. 그렇지만 그 편리함은 5000만이 사진을 찍는 시대를 열었다. 휴대폰카메라 조차도 시중 카메라 못지않은 기능을 발휘한다. 그런 탓에 카메라가 있냐고 묻는 것 자체가 공허한 질문이 됐다. 카메라의 확산은 전문가의 영역도 파괴했다. 아마추어의 약진에 당황한 사진전문가는 아마추어들이 근접 할 수 없도록 더욱 세분화, 전문화해야만 했다. 이런 노력에도 진화를 거듭하는 디카는 우리에게 계속 변화를 요구한다.

디카에 장착된 동영상 촬영기능은 유 튜브 같은 새로운 미디어가 폭발력을 갖게 했다. DSLR카메라는 뮤직비디오,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등 동영상 촬영에 투입됐다. 올해 SBS가 상영한 '툰드라'는 DSLR카메라 3대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앞으로 몇 가지 기술적 문제만 극복되면 모든 영화나 지상파 방송은 물론 새로 생겨난 종합편성 채널도 이런 DSLR카메라의 활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3D카메라의 등장도 예사롭지 않다. 요즘 전자제품 회사들이 3D TV문제를 놓고 서로 잘났다고 싸움을 한다. 어찌됐건 3D TV가 보급되면 3D사진도 TV모니터로 볼 수 있다. 몇 해 전 한 카메라 업체가 소형카메라에 그러한 기능을 붙였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까닭은 입체효과가 적고 3D TV나 호환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 달 뉴욕 타임즈는 미국 Lytro사의 핀트를 맞출 필요 없는 카메라를 소개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물체에 특정각도로 반사된 빛을 저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이 카메라는 이미지센서가 특정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도록 하면서 새로 고안된 렌즈를 통해 다양한 각도의 빛을 모두 받아들인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 본인이 원하는 부분을 골라 핀트를 맞출 수 있게 된다. 게다가 3D변환도 가능하다. 핀트를 맞추며 사진을 찍는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있는 나이면 누구나 쉽게 빨리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획기적이다.

계속되는 이런 '카메라 혁명'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안 써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고 필요할 때 돈 주고 사서 쓰면 된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의 초조감은 어찌 할 것인가. 우리사회는 아직도 물이 빠르게 흐르는 계류다. 남들이 빠르게 움직이는데 나만 멈춰 서있으면 저절로 불안해진다. 이런 현상은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어차피 치러야 할 대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문명의 이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없앨 묘안은 없다. 그래도 이런 글을 통해 변화의 추세라도 알게 되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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