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원전, 獨佛의 엇갈린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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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독일은 이웃 나라이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프랑스는 벌판의 나라, 독일은 숲의 나라다. 프랑스는 수학을 중시하는 합리주의, 독일은 신비적 요소를 중시한 낭만주의가 성했던 나라다. 프랑스는 가톨릭 우위에도 불구하고 세속주의가 지배하는 나라지만 독일은 종교세(稅)를 걷는 개신교 국가다. 원전에 대한 태도에서도 극명하게 갈린다. 프랑스는 전력의 75%를 원전으로 생산하는 나라인 반면 독일은 전기를 프랑스에서 사 쓸지언정 원전을 기피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은 원전 폐쇄의 길을 택했다. 독일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끈 좌파 연정 당시 2021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뒤이어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원전 가동시한을 12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폐쇄 방침으로 돌아갔다. 반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ERP라는 안전성이 강화된 신형 원전을 무기로 세계 원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이다. 위기가 기회인 셈이다. 프랑스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에서 한국에 패한 이후 ERP 원전에 대해 ‘안전하기 때문에 비싸다’는 홍보를 강화했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직후에도 세계 각국이 원전 정책을 조정했다. 원전 산업의 압도적 선두였던 미국이 이 사고로 주춤한 사이에 프랑스 일본 한국이 뛰어들어 선두그룹에 진입했다. 세 국가 중 후쿠시마 원전의 피해 당사자인 일본이 한발을 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와 한국이 앞으로 원전 시장의 양강(兩强)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와 한국은 독일이나 일본과는 처지가 다르다. 일본은 지진과 쓰나미가 빈번히 발생하는 지대에 있다. 독일인의 환경관은 숲에 대한 경외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극우파인 나치당원도, 극좌파인 녹색당원도 원자력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독일 우파 정당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다시 중단으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정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프랑스의 합리주의에는 인간이 원자력도 통제할 수 있다는 사고가 강하다. 각국의 원전 정책도 그 나라의 자연환경, 과학기술의 발전 정도, 국민의 수용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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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1-06-01 09:03:40

    (이어사) 그러나 그 압도적인 기술 수준을 갖추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의 에너지 생산 단가는 원전에 비하면 100 배가 넘습니다. 그러니 독일 기술의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최대의 적은 바로 원전인 것입니다. 어떤 계기가 있지 않고서는 그들의 기술이 산업으로 전세계를 제패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환경 이슈로 버텨 왔지만 경제 논리에서 다시 원전으로 회귀하는 분위기에서 일본의 쓰나미 사태가 난 것입니다. 이것이 그들에게 절호의 찬스인 것입니다. 논설 위원께서는 항상 그 이면의 배경을 이해하도록 하십시오.

  • 2011-06-01 08:59:53

    논설위원께서 잘못 아셨습니다. 프랑스는 원전 수출국이며, 막강한 원전 산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 원전 산업은 프랑스에 뒤졌습니다. 반대로 신재생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독일은 여타 다른 나라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높은 기술 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 격차라는 것은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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