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氣여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6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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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 창덕궁과 창경궁을 두 시간 방문한 일본인 60여명은 여느 관광객들과는 달랐다. 리노이에 유치쿠(李家幽竹·46·여) 씨가 땅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려주자 열 명씩 교대로 들어가 심호흡을 했다. 어떤 곳에서는 천천히 걸었다. 리노이에 씨는 “기(氣)가 센 곳에서는 손바닥이 따끔따끔하거나 따듯한 기운이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일교포 3세로 ‘연애풍수’ 등 41권의 책을 낸 생활풍수 연구가 리노이에 씨는 “기를 느끼려면 맑은 날 오전 일찍 방문해 정면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관광공사가 2년 전부터 20∼30대 일본 여성들에 인기가 높은 ‘스피리추얼 파워 스폿(영험 있는 곳·spiritual power spot) 여행’을 국내에 끌어들인 사례다.

▷파워 스폿 여행은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안식을 얻기 위해 기가 강한 곳을 찾아가는 테마여행인 셈이다. 도쿄 메이지신궁의 기요마사 우물도 파워 스폿으로 알려지면서 매년 100만 명이 몰리고 있다. 우물 사진을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간직하면 소원성취한다는 소문도 났다. 이곳에는 하루에 1000명만 500엔(약 68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다.

▷리노이에 씨는 관광공사 주선으로 한국의 명소를 둘러본 뒤 창경궁 창덕궁 종묘 등 11곳을 파워 스폿으로 찍었다. 서울의 북문인 숙정문은 연애 파워가 강한 곳이라고 했다. 융릉과 건릉 등 조선 왕릉, 마이산 탑사, 마곡사, 원구단, 범어사도 포함됐다. 청와대 앞의 기는 ‘재운(財運)과 관운(官運)’에 효과가 있고 청계천은 ‘악운 흘려보내기’에 좋다고 한다. 그녀는 한식을 ‘파워 푸드’라고 이름붙였다. 오색오미(五色五味)라고, 음양오행 사상이 깃들어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파워 스폿을 방문한 뒤 파워 푸드를 즐기면 활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관광공사 김동일 팀장은 “지난해 일본에서 두 달간 홍보해 1200명이 넘는 ‘기’ 여행객을 유치했고 올해는 5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수지리에 맞춰 자리잡았다는 서울을 비롯해 한국에는 기가 강한 명소가 많아 기 여행에 안성맞춤이라는 소개다. 일본의 파워 스폿 한곳에 연간 100만 명이 찾아간다니 한국도 개발하기 나름 아닐까.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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