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국방장관, 軍의 안보무능 극복할 인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처하는 군(軍)의 태세를 강화하고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김태영 국방장관의 교체는 불가피했다. 북이 6·25전쟁 후 처음으로 연평도를 포격한 준(準) 전시국면에 우왕좌왕하는 군과 국방장관을 보면서 국민은 혼란스러웠다. 김 장관은 누구보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막지 못한 책임이 크다.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천안함 폭침사건 발생 이후 5월에 사의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방장관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김 장관의 전격 교체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부실 대응으로 악화된 민심을 달래려는 문책성 인사의 성격이 짙다. 북의 포격 초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해 청와대가 거듭 말을 바꾸면서 국민의 불신이 증폭됐다. 국회에서도 이 대통령의 이러한 지시 때문에 군이 지나치게 소극적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여야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들어 호전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우리 영해에 침투한 북의 잠수정 공격으로 천안함을 잃고 장병 46명이 전사한 비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숭숭 뚫린 구멍이 군의 이곳저곳에서 드러났다.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도 판을 쳤다. 천안함 비극의 책임을 지고 합참의장이 경질됐으나 김 장관은 살아남았다. 김 장관은 군을 추슬러 북한의 추가 도발에 철저히 대응하라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군 기강 확립에도 실패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린 이달 11일부터 육해공군에서 돌아가며 사고가 발생해 국민의 걱정이 늘어났다.

이 대통령이 김 장관을 경질했지만 국방장관 교체만으로 위기를 해소할 수는 없다. 정부는 전쟁 중 장수를 교체하는 모험을 했다. 군이 흔들리면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진다. 전문성이 부족한 청와대의 문민 참모들이 군을 불신하고 책임추궁만 하면 군은 점점 더 혼란에 빠질 것이다. 대통령부터 책임을 통감하고 결연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긴박한 비상상황에서 국방장관 자리를 오래 비워둬서는 안 될 것이다. 후임 장관은 확고한 안보의지를 갖추고 군의 대북(對北) 대응태세 강화와 기강 회복, 그리고 청와대와 군의 소통을 이뤄낼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 새 장관은 무엇보다도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안보무능을 드러낸 군을 수술해 바로 세울 책임이 막중하고 그 시작은 인사(人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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