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게임중독 피해 느는데 ‘규제 vs 자율’ 샅바싸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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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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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 최연소 걸그룹인 ‘지피베이직‘이 출연했다. 원래 6인조 그룹이지만 이날 무대에는 5명만 올랐다. 1998년생으로 초등학생인 제이니는 방송 출연을 중단한 것. 최근 여성가족부 등 4개 부처가 ‘청소년 연예인 성보호와 학습권 및 공정 연예활동 보장대책’을 발표하면서 방송사의 자율 정화 노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만 12세 이하는 법적 고용 금지 대상이다. 지금까지 연예인은 근로자가 아니란 이유로 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

소위 연예고시를 통과해 연습생 생활을 거친 아이돌 가수들은 합숙을 하며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춤과 노래 연습에만 매달린다. 요즘 아이돌의 연령대가 부쩍 낮아진 이유가 대중문화 소비자의 취향 탓만은 아닐 것이다. 연예기획사들이 수년간 훈련시키고 관리하려면 성인보다는 청소년들이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정∼오전 6시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강제 차단하는 셧다운제를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여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날을 세우고 있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문화부는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군사정권 시절 미니스커트 단속이나 통행금지령이 떠오른다며 비판한다. 여성부 홈페이지에는 ‘게임 규제 주제넘게 나서지 마라’ ‘게임산업 망하면 책임질 거냐’는 내용의 비난 글이 수두룩하다.

양 부처가 다투는 사이 게임 중독에 빠진 중학생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성부의 ‘학령별 인터넷 중독 및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자의 52%인 103만5000명이 아동, 청소년이다. 아직 뇌가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쉽게 중독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김대진 가톨릭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청소년 시기에 게임에 빠지게 되면 뇌가 성숙하지 못해 공격성이 늘어난다”며 “강제로라도 게임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소년은 ‘보호’가 필요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과도한 규제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더라도 ‘청소년 보호법’을 강화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돈 벌 궁리만 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비딱하게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청소년에게 수업에 빠져도 된다고, 카메라 앞에서 야한 옷을 입으라고, 게임 아이템에 돈을 내도록 조장하고 방치하는 걸 과연 누가 바랄까.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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