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편 선정, 동일한 잣대라야 공정성 보장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정부가 어제 확정한 종합편성(종편)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 선정 기준에서 기업의 재무능력을 평가하는 지표 가운데 ‘성장성’ 측정 방식은 형평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5개 기준 19개 세부항목 중에서 종편의 경우 ‘재정적 능력’의 배점이 90점으로 가장 크다. 따라서 평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이므로 종편 진출을 희망하는 사업자와 회계 전문가 사이에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

2005년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 2008년 인터넷TV(IPTV) 선정 때도 총자산증가율은 측정지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 평가에서 전례가 없던 총자산증가율을 수정 없이 그대로 확정했다. 총자산이란 부채와 자기자본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빚을 많이 질수록 총자산의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빚지지 않고 견실하게 경영해온 기업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공정한 평가라고 하기 힘들다.

자산증가율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자산재평가를 언제 받았느냐에 따라 평가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예컨대 부채가 많더라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산재평가를 해 장부상 자산가치가 높아진 회사는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은 사업자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 방송위 주장대로 ‘종편 사업자의 투자 의지를 평가하기 위해’ 총자산증가율을 꼭 봐야 한다면,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자산재평가를 통해 결과를 반영할 기회를 줘야 공평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산재평가를 한 사업자와 하지 않은 사업자를 동렬에 놓고 평가하는 것은 100m 달리기를 할 때 한 선수가 몇십 m 앞서 나가 있는 것과 크게 다름이 없다. 모든 선수에게 동일한 잣대와 기준이 적용돼야 판정에 흔쾌하게 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종편 신청 사업자들이 자산재평가를 받은 뒤 재평가 차액을 반영한 재무제표 확인서를 심사에 반영한다면 이러한 불공정성을 시정할 수 있다고 본다.

방송위는 어제 선정 기준을 확정 발표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분명한 답을 주지 않았다. 종편의 새로운 탄생은 1980년 신군부가 언론통폐합으로 만들어낸 지상파 3사의 독과점 구조를 개혁하고,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대적 의미가 크다. 새 방송사가 이 목표를 향해 부담 없이 뛸 수 있으려면 공정한 기준과 투명한 심사를 통해 종편을 선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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