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광화문 현판과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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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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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경복궁의 정문으로 건립된 광화문(光化門)은 자주 수난을 겪었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사라졌다가 흥선 대원군이 경복궁과 함께 중건했다. 일제강점기 경복궁 건춘문 북쪽으로 옮겨졌고, 6·25전쟁 때는 화강암 석축 위의 목조 누각이 소실됐다. 1968년 다시 복원됐지만 원래 위치에서 동북쪽으로 10여 m 밀려나고 목재 대신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건립된 ‘절반의 복원’이었다.

▷올해 광복절에 맞춰 제자리에 복원된 광화문 현판에 균열이 생겼다. 광(光)자 왼쪽에 위아래로 길게 금이 갔고 화(化)자 아래도 일부 금이 갔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재료로 사용된 소나무가 제대로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현판으로 제작돼 균열이 생긴 것으로 분석한다. 반면 현판 제작에 참여한 장인(匠人)들은 “나무를 베어 3년 넘게 충분히 말렸다”고 반박한다. 정확한 원인은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공기(工期) 단축의 후유증일 가능성도 있다. 광화문 복원은 당초 올해 말 끝날 예정이었으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광복절에 맞추기 위해 두 차례 앞당겨졌다.

▷문화재청은 “육송(陸松)에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으로 덕수궁 대한문 현판도 나무에 금이 가 있다” “건조한 가을 날씨로 현판에 사용된 나무가 수축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완공한 지 석 달도 안 돼 현판이 갈라진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인재(人災)다. 문화유산을 복원하려면 예상되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단 책임을 회피하고 보자는 공무원들의 구태(舊態)를 보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광화문 현판 파문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4대강 살리기는 특정 정권의 문제를 넘어 주요 강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잡음과 부작용이 나타나고 부실공사 논란이 불거진다면 사업의 본질은 뒷전이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식으로 파장이 커질 수 있다. 가뜩이나 이 사업의 성공을 내심 두려워하는 일부 세력의 정략적 발목잡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실정 아닌가.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공업체 모두 마음가짐을 각별히 가다듬어 공사를 완벽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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