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모함의 거품 꺼진 ‘용산 역세권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서울 용산 역세권과 서부이촌동 일대에 최고 150층짜리 초고층 빌딩과 호텔 관광시설을 짓는 초대형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자금 조달 실패로 중단 위기에 빠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민간 건설회사를 포함한 30개 출자사는 6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다음 달 17일까지 자금 조달에 합의하지 못하면 사업은 중단된다.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이 시작된 2006년 8월 부동산 경기는 호황이었다. 민간 건설회사들이 엄청난 개발이익을 기대하고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입지가 좋아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보았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됐다. 출자사들은 계산기를 두들겨 보고 답이 나오지 않자 돈을 대지 못하겠다고 뒤로 넘어졌다.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는 부동산 거품의 꼭짓점에서 정부와 민간 건설회사가 무리하게 추진했던 사업이 화를 자초한 사례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건설회사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그동안 넣은 1조 원의 자금을 날리게 된다. 일반 투자자와 지역 주민의 피해도 크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핵심사업인 용산 재개발사업이 중단되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용산 역세권 사업처럼 부동산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추진했던 30여 개 민관 합동 개발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중 사업이 완료된 것은 서너 개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사업이 계약 해제를 요구하거나 공사 착공도 못할 형편이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해진 것은 사업자들이 부동산 불패 신화만 믿고 무모하게 사업계획을 짠 탓이 크다.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무더기로 중단될 경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뿐 아니라 건설경기의 경착륙에 따른 경제적 혼란이 우려된다. 파국을 피하도록 정부가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사업 예상을 잘못해 실패한 재개발사업에 특혜를 주거나 나랏돈으로 지원할 명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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